전임의 자발적 결집, 82개 병원 1100여명 입장발표
업무 과부하 현실로…"진정한 소통 시작해야"
전공의의 병원 이탈이 본격화 되면서 진료 업무 부담은 남아있는 전임의(임상강사)와 교수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현장에 남은 전임의는 기꺼이 그 부담을 지겠다면서 정부 정책의 무리함을 비판, 후배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있다.
전공의와 교수 사이에 위치한 전임의는 별도의 조직도 없지만 2020년 젊은의사 집단행동 이후 다시 한 번 자발적으로 결집하는 모습이다.
전국 82개 병원 (예비)전임의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소통없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명목하에 장기적인 의료 문제를 야기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해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했다"라며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해 의사들과 진정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입장문에는 20일 기준 82개 병원 약 1100명의 (예비)전임의들이 뜻을 보탰다. 여기에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도 포함돼 있다. 입장문은 전임의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정부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의료정책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낮은 필수의료 수가 및 비정상정인 심사 기준 진료 등 의료계 현실과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야기될 앞으로의 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수련병원에 남아 더 나은 임상의와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고자 했다"라며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2020년 집단행동 경험이 있는 서울 한 종합병원 전임의는 "젊은의사들의 움직임은 2020년과 확실히 다르다"라고 진단했다.
이 전임의는 "현재 전임의는 2020년 당시 집단행동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다"라며 "현재 정부는 정책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강행하는 모습이고 젊은의사들에 대한 대응도 강경하다. 이런 모습들이 집단사직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의 이탈로 전임의의 업무 부담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임의는 "지난주말부터 인턴과 레지던트가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내면서 이미 업무 과부하가 걸려있는 상태"라며 "하루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만 300명 정도인데 인턴과 레지던트 업무를 모두 하면서 내 일도 해야 한다. 36시간 연속 근무는 당연한 상황이다. 응급실에 내과 전담의사가 4명 정도 있는데 사표를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근 요양병원에서 오는 전원 요청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안내를 하고 있다"라며 "병원마다 업무과부하에 있다보니 응급 중증환자를 전원할 상급병원도 마땅히 없어 실제로 환자에게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