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KDI‧서울의대 연구, 의사 수 부족하다는 내용만 인용
근거로 제시한 연구에서도 해법은 5~7% 확대‧1000명 증원 제시
복지부도 "2000명은 주변 상황 고려한 정책적 결정"이라고 인정
보건복지부는 의사수 증원 정책의 근거로 세 편의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연구진이 작성한 결과다. 여기에다 전국 의과대학, 시민단체, 의사단체 등에 수요조사를 거쳐 내년도 입학할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더 늘리겠다고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할 때 보사연, KDI, 서울대 연구 보고서 참고해 10년 뒤인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의 과학적 객관적 근거라며 참고한 세 편의 연구 모두 앞으로 의사 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의사 증원 규모에 대한 결론은 달랐다. 200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제언한 연구는 하나도 없었다.
[의협신문]은 정부가 참고한 3편의 보고서가 제언한 정책을 들여다봤다. 이들 연구는 모두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해법은 달랐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도 최대가 1000명 수준이었다. 오히려 이를 넘어가면 인력 과잉공급이라는 추계도 있었다.
■보사연 추계, 정부가 내세운 1만5000명 부족에 가장 가까운 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를 진행, 2020년에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통계 모형 중 하나인 ARIMA 모형을 적용했을 때 진료일수 등에 따라 2035년에는 최소 1만1394명에서 최대 17만4028명까지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사 진료량을 100%로 했을 때 ARIMA 모형 적용 시 진료일수에 따라 2035년에는 9645~1만4631명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의사인력 수급 추계와 함께 지역의사제 및 공공장학의 제도 도입, 의공학자 제도 도입을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 업무 구조조정 등 다양한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함께했다.
정부가 부족하다고 본 1만5000명이라는 숫자에 가장 근접하는 결과가 보사연 연구에 존재한다. 하지만 2035년까지는 현재 기준 10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단순 계산을 해봐도 보사연의 연구 결과를 대입하면 증원 규모는 1000~1500명 수준이다.
■KDI 연구, 2030년까지 5~7% 수준 증원 제안
또다른 근거로 삼은 보고서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 변화의 노동 교육 의료 부문 파급효과 전망'이다. 해당 연구에서 KDI 권정현 연구원이 의료부문 연구를 맡았다.
의사인력 공급 전망도 연구 시점인 2021년 현재의 업무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나리오별로 확충이 필요한 의사 숫자는 달라졌다. 의사 1인당 연간 내원일수로 측정한 현재 의사 인력의 업무량 수준을 기준으로 현재 수준의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인력 규모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수는 2만2000~3만명 수준이다. 교육 수준에 따른 건강 개선을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한다면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 규모는 8500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2030년까지 의사 증원 없이도 의사 인력 규모에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4년부터 30년까지 해마다 5~7% 수준에서 증원하는 방식이 필요 의사 인력 규모에 가장 근접한 의사 인력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정원의 5~7% 수준은 약 153~214명 수준이다. 5%씩 늘린다고 했을 때, 2030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4518명이 된다.
연구진은 "2050년 이후에는 인구 규모의 감소에 따라 의료소비스 수요가 감소, 의사 인력의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의료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의과대학 정원 조정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의대 연구 "적정한 의사인력 증원은 1000명 이내"
보건복지부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가 2020년 10월에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도 참고했다. 홍 교수의 연구 결과는 보사연 및 KDI 연구에서도 인용됐다.
홍 교수는 전국적인 의사 수급 추계뿐 아니라 지역별, 주치의 도입 시 의사 수급도 추계했다. 전국적인 의사인력 추계만 놓고 보면 의사인력을 65세 이상 의사의 생산성, 은퇴연령을 변수로 두고 크게 4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의대정원을 미증원부터 1000명까지 증원했을 때 의사 수급의 결과를 추계했다. 결과를 보면 정부가 설정한 2035년에는 최대 1만816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대정원 확대 가정 자체를 1000명까지만 설정하고 있다. 500~1000명을 증원하면 의사인력 수급 부족이 완화돼 일정 시기 이후부터는 의사인력 수급 초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더했다. 연구진은 "적정한 의사인력 증원은 1000명 이내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증원을 하더라도 500명 이상부터는 의사인력 수급 초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시기 이전부터는 다시 의사인력 감축을 하는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의사인력 부족뿐만 아니라 의료이용행태, 나아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더불어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재정 및 국민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 보건의료정책방향을 수립하면서 의사인력수급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의사를 부족하다는 결론을 위해서만 보고서를 활용했을뿐 '2000명'이라는 규모는 다양한 이해단체의 수요조사 결과들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책적 결정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근거로 삼은 보고서 3편에서 의사 인력 수요와 공급에 대한 추계를 담고 있는데 상당히 과학적으로 이뤄져 있다"라며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에서 보고서 형태로 발간된 것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고서 결론 부분에 연구자들이 정책 제언을 하고 있는데 연구자마다 다르다"라며 "행정부에서 정책 결정을 할 때 정책제언을 고려하고 참고 하지만 다른 주변 상황을 고려해 정책적인 결정을 한다. 정책 결정의 몫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