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입장 고수에서 병원 복귀 가능성 첫 언급
발단된 정책 백지화·해결방안·강경대응 수습 등 담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 복귀 조건'을 언급하면서, 전공의들의 7가지 요구안이 주목받고 있다.
전공의 총회를 통해 마련한 요구안을 정부에서 수용한다면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들이 있다"는 전공의 대표의 입장이 나온 것. '어느정도 수용 한다면'이라는 말로 얼마간의 여지도 함께 남겼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그간 전공의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던 탓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간 정부의 탄압이 있었고, 실제 물밑 압박도 있었기 때문에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공의 대표로서 입장을 전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은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
박단 위원장은 앞서 공개한 전공의들의 요구안을 정부에서 '어느정도' 수용한다면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들이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정부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강대강' 입장을 고수하던 전공의들이 대표자의 입을 빌려 처음으로 병원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언급된 '전공의 요구사항'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전공의 요구안은 총 7가지. 크게는 사건의 발단, 해결방안, 사건 이후 발생한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한 수습 등으로 나뉜다.
전공의들은 가장 먼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정책이다.
박단 위원장은 "의료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사항들임에도 불구, 19쪽이라는 짧은 페이지 안에 들어간 내용의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도 쉬는 날을 빼서 매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 참여해 왔다. 2000명이란 숫자를 의료협의체에서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및 증원·감원 논의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수 증원 정책의 근거로 세 편의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연구진이 작성한 결과다.
[의협신문]이 정부가 참고한 3편의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제언한 정책 중 200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제언한 연구는 하나도 없었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 최대는 1000명 수준. 오히려 이를 넘어가면 인력 과잉공급이라는 추계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도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된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무리한 자료였다 밝히기도 했다"며 "의대정원을 단계적으로도 아니고 2000명을 4월 이전에 급히 늘릴 필요성이 있는가. 정치적으로 총선에 이용한다고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필수의료인력 충당 방안으로 제시해왔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제시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전공의 대거 사직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도 요구안에 담겼다.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과 수습을 함께 요청했다.
요구안에는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전공의들에 대한 정식 사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 금지 조항 준수 등을 담았다.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 누군가 주도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다들 이(정부 정책) 하나하나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난 이렇게는 못하겠다라고 해서 병원을 다 뛰쳐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강압적인 탄압 때문에 대화의 여지들이 많이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요구하는 안들에 대해서 사실 어느 정도 정부가 수용을 한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들이 다 있다. 정부가 오히려 빨리 결정을 내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