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타반 아콧(상계백병원 외과)·존 마옌 루벤(부산백병원 내과) 전공의
인제대·수단어린이장학회 15년 동안 물심양면 후원…"신부님 유지 이을 것"
의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故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남수단 제자 2명이 대한민국 전문의 자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의학계 입문 12년 만이다.
토마스 타반 아콧(토마스)과 존 마옌 루벤(존)은 올해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2727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토마스와 존은 아프리카 남수단 작은 마을 톤즈에서 의사이자 교육자로, 친구이자 아버지로 이태석 신부와 만났다.
가장 가난한 이웃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의사를 꿈꾼 토마스와 존에게 수단어린이장학회가 손을 내밀었다.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후원으로 2009년 한국으로 날아온 토마스와 존은 의사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듬해 아버지처럼 따랐던 이태석 신부가 대장암으로 선종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고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겠노라는 다짐을 잃지 않은 채 학업에 매진, 2012년 고 이태석 신부가 졸업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의학도의 길을 걷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인제대는 전액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후원하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응원했다. 토마스는 제83회(2019년), 존은 제84회(2020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대한민국 의사면허를 받았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1년 동안 인턴 수련을 마친 토마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에서, 존은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했다. 4년 동안의 수련을 거친 끝에 올해 전문의시험에 합격했다.
남수단은 20년 넘는 내전을 겪는 동안 의료 시설과 장비는 물론 전문인력이 부재한 암울한 상황에 놓여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고향인 톤즈로 돌아가 고 이태석 신부의 못다 펼친 인술을 펼치고 싶다는 토마스와 존.
외과를 선택한 토마스는 "남수단에는 외과의사 부족으로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 등도 빨리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외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존은 "어릴 때부터 내전과 의사가 없는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는 말라리아·결핵·간염·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내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토마스는 더 많은 수술을 배우고, 외과의사로서 경험을 쌓기 위해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존도 인제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밟으며 세부전공을 거친 후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활동과 함께 후배 의사를 양성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두 제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의학 공부를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면서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과 교직원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의대(3회)를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살레시오회에 입회, 가톨릭 사제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헐벗고 가난한 남수단 오지 마을 톤즈로 건너갔다. 청소년을 가르치며 학교와 기숙사를 짓고, 병원을 세워 교육과 진료 활동을 펼쳤다. 뒤늦게 발견한 대장암이 악화, 2010년 1월 14일 48세 나이로 선종했다.
살레시오 수도회를 창설하고 평생을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한 돈 보스코 성인을 닮고자 했던 고 이태석 신부는 수단의 돈 보스코로 불린다. 인제대는 지난 1월 14∼15일 제14주기 추모식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