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EBV 양성 위암 남녀 차 규명 [Gastric Cancer] 발표
남성, 일반 위암보다 생존율 높아…남성·EBV 양성·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 근거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 저자 김지현 전임의)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암의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Gastric Cancer] 최근호에 발표했다.
타액을 통해 감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해 '키스병'으로도 불린다.
EBV 감염 시 대부분 큰 증상 없이 지나가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EBV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을 비롯해 비인두암 등 다양한 암을 일으킨다.
위암의 약 10%가 EBV 양성 위암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는 최근 위암 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로 EBV 양성 유무를 발표했다.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2003∼202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진단 및 치료를 받은 4587명을 대상으로 EBV 양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분석 결과, 남성 위암 환자의 13.3%가 EBV 위암인 반면 여성은 3.3%에 불과했다. EBV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에 비해 분화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분화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고, 조직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한다. 미만형은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EBV 위암은 오히려 전체적인 생존율이 일반 위암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남성에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그 외의 위암이 85.3%인 것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지만, 여성은 EBV 유무에 따라 각각 88.5%, 87.0%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EBV 위암에 대한 면역체계의 남녀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했다. 여성은 에스트로젠 등 성호르몬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 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 시에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남성은 EBV 양성 위암의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안돼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관해 김나영 교수는 "남녀에 따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위암의 양상 차이를 자세하게 밝혀낸 연구"라면서 "분화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