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에 제휴 약국 4배↑ '호황'
야당 관계자 "전공의 빈자리 비대면으로? 핑계일뿐"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발표에 비대면 플랫폼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그간 참여가 부진했던 약국들 역시 제휴건수가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아닌 비대면 호황 소식에 비대면 전면 허용에 대한 적정성 문제와 함께 '법적 책임소재'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을 개정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전공의 대거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대비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존에는 의료취약지나 주말·공휴일에만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전면 허용에 따라, 초진·의료취약지·주말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플랫폼 업체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이후 이용자가 이전보다 2배가까이 증가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평균 진료 건수가 평균 1500건 수준에서 3000건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간 약사회 차원의 반대로 인해 참여가 저조했던 약국에서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 배송 허용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상황. 제휴 약국의 참여 증가는 약 배송 확대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나만의닥터 공동대표)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휴 약국이 4배가까이 늘었다"며 "이용자 수나 회원 수 등이 급증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지침을 모니터링하면서 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은 적정성·정당성이 모두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부재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의 연관성이 너무 적다는 이유다. 그간 정부가 '하고 싶었던 정책'을 핑계 삼아 추진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28일 SNS에서 "개원의들이 집단휴진을 한것도 아니고, 응급·암수술을 비대면으로 할 것도 아니다"라며 "의료대란 대응 대책은 핑계일뿐 플랫폼 업체들 매출과 주가만 올려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약배달로 가는 길 닦기(같다). 애당초 그게 진짜 목적이었을것 같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전이었던 1월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한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진료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 역시 즉각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로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곳은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중증·응급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는 비대면진료를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인 사리에 맞지 않다"며 "무지의 소치"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법적 책임소재' 이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성훈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법리적으로 볼 때, 비대면 진료는 기술적·수단적 내용이 다를 뿐 본질은 진료라는 점에서 현행상 일반적인 의사의 민사적·형사적 책임과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봤다.
플랫폼 업체 화질·음성 등 기술적 문제로 인한 오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훈 변호사는 "통상적인 변호사라면 업체보다는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손해배상을 물게된 의사가 2차 소송을 통해 업체에 보정을 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 소송에서는 의료기관과 비대면진료 업체간의 계약 내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업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불리한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계약을 흔히 '유대인 계약(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칭함)'이라고 부르는 데, 이러한 계약이 이뤄질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전 변호사는 "의료분쟁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때, 법률검토 등을 마쳤을 거라고 본다"며 "입법까진 아니더라도 정책적인 보완이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허용을 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