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 합동토론회…"난국타개 위해 대표성 힘 실어야"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등 주요 현안 관련 심층 진단
개원면허제·면허갱신제 "의도 오만·불순"…사회적 논의 고려해야
"의료계에 불어닥친 어려운 난관을 헤쳐갈 수 있도록 투표권을 가진 모든 회원이 투표해 힘을 실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합동토론회가 열린 2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후보들은 선거 참여를 통해 의사들의 힘을 결집시키고 의협의 대표성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데 마음을 모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바른의료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수호 후보(기호 2번), 박인숙 후보(기호 4번), 정운용 후보(기호 5번)가 참석했다. 박명하(기호 1번)·임현택(기호 3번) 후보는 '3·3 여의도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준비 및 경찰 조사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합동토론회 좌장은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이 맡았으며, 각 후보별 정견발표, 개별 질문과 상호토론, 공통 질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견발표에서 각 후보는 '위기는 곧 기회…대표성 인정 받아야'(주수호 후보), '국회의원 사용법 잘 안다'(박인숙 후보), '공공의료 확충과 저녁 있는 삶'(정운용 후보) 등을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 의대 정원 증원, 필수 의료 패키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의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정부가 아주 좋은 기회를 우리에게 만들어줬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뭉쳐야 한다. 의사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의협이 개원의 단체처럼 폄하되고 있다. 우리가 일관된 행동을 통해 전체 의사들의 대표단체라는 게 각인되면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정부가 밀어붙이지 못한다.
박인숙 후보: 의료계가 전무후무한 일 겪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이간질로 국민이 의사들을 적대시 하고 있다. 파렴치한 집단으로 호도하고, 의사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대로 정부에게 돌려준다. 정부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잡고 있다.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 제가 할 수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
정운용 후보: 일관되게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기관 및 의료진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의대정원 증원에는 공공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 정부의 투자가 가장 근본대책이다. 투자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역대 정부도 지금 정부도 투자 없이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 의사와 국민이 함께 행복한 의료를 만들기 위한 광범위한 토론과 실천이 필요하다. 의사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개별 질문 및 상호토론의 첫 주제로는 개원면허제와 면허갱신제의 타당성을 짚었다.
주수호 후보: 오만한 생각이다. 발상 자체도 현실과 맞지 않다. 개원을 제한해서 의료비를 줄인다는 생각이다.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 의대를 졸업한 후 바로 진료를 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서 고민하고 판단해 해결할 문제다. 면허갱신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계의 자율징계권 요구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면허갱신제도를 얘기한다. 발상자체가 괘씸하다. 의사 스스로 면허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인숙 후보: 면허갱신제 관련해서는 그동안 강연과 글을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 상황에서 면허갱신제를 꺼내는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다. 정부가 컨트롤하겠다는 뜻이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개원면허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의사들을 옥죄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의대 교육을 실습 중심으로 확대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원을 이렇게 늘리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개원면허제는 절대 반대다.
정운용 후보: 정부에서 발표한 개원면허제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빅5병원 인력을 더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의심된다. 면밀히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은 이미 면허허가제를 도입했다.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다양한 일차의료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미용성형에 뛰어드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부분을 무조건 간과할 수는 없다.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박인숙 후보: 지역인재 전형 확대는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짙다. 위험 요소가 많다. 지역 필수의사제도는 일본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우리 역시 성공할 수 없다. 어떻게 묶어둘 수 있겠나. 지역 병원과 대학병원을 두루 살폈다.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모든 의대, 모든 대학병원에 모든 특수분야를 갖추게 할 수는 없다. 지역 균형발전은 정치인이 만든 허구다. 지역 특화발전을 해야 한다.
주수호 후보: 논의의 배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도시-지역간 의사수 부족이나 의료기관 결핍이 심각한가. 실제로 격차는 적다. 오히려 1㎢ 당 의사 수와 의료기관 수는 외국보다 많다.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지역 필수의사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실제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정작 필요한 것은 지역환자제다. 환자가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막지 않으면서 의사수나 의료기관 탓만 하는 상황이다. 지역 의료기관이 성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 의료를 정치적으로 풀어선 안 된다.
정운용 후보: 인구가 줄어도 환자는 있다. 그러나 민간의료기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 일부 지역의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높고, 어떤 지역은 신생아를 출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자없이 임시방편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일본은 지역의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와 의사단체가 의사 규모를 함께 추계하고 운영하면서 만족도가 높다. 일본의 경우는 참고할만 하다.
공제보험 가입 의무화를 전제로 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대한 문제점도 노정했다.
정운용 후보: 의료 혁신을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과정에 국가 재정 투입, 정부 대규모 투자 및 수가 개선, 의료사고 대책 마련 등과 장기적으로는 주치의제 도입, 의료생태계 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이 필요하다. 이 경우 역시 의사 개인의 보험 가입이 아니라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의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원인에 앞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주수호 후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라는 이름 자체가 잘못됐다. 의사는 가해자, 환자는 피해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가치중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과실을 제외한 과실은 기소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원칙이다. 필수급여 진료 부분에 대한 의료사고 비용은 공단이 지불하는 게 맞다. 정부는 의료수가에 위험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의사에게 위험수당을 주지말고 정부나 공단이 책임지라는 요구에는 답변을 못한다. 진료실 내에서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게 먼저다.
박인숙 후보: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걸 모아놨다. 말은 꼬여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도 명확치 않다. 이런 식이라면 말장난에 그칠 우려가 크다. 미국에서는 의료관련 수많은 소송이 일어나지만 의사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는 경우는 없다. 우리의 현실은 환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으로 감성에 치중돼 있다. 정책을 만들려면 제대로 잘 만들어야 한다. 누더기 같은 패키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지불제도 개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정부는 의료비 상승의 원인으로 행위별 수가제를 꼽으며, 가치기반지불제,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수호 후보: 진단부터 오류다. 행위별 수가가 높아서 의료비가 상승하는 게 아니다. 병원 문턱을 낮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불제도 개편을 논하기 전에 의사-정부-공단 간에 동등한 관계에서 논의가 이뤄지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지불제도를 동등하게 논의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테이블에 올려도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를 옭아매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근본 원인인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폐지하고 단체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 의료제도 전반에 의사가 주체로 나서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7∼8% 수준이다.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게 공공의료 역할을 맡긴 형국이다. 민간기관을 공공기관화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강제지정제부터 고쳐야 한다.
정운용 후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폐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장성 확대는 국가의 투자확대로 해결해야 한다. 공공의료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는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숙 후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논의는 소모적이다. 지불제도 문제는 전체 파이가 커져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정부 보조금 20%를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포퓰리즘 때문에 보험료도 안 올린다. OECD국가에 비해서도 비해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의료수요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혼합진료 금지 방침도 밝혔다. 또 실손보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박인숙 후보: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안 된다. 각 진료영역 마다 특수성이 있다. 내시경은 되지만 수면내시경은 안 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 백내장도 렌즈를 넣을 수 없고 도수치료도 못 한다. 왜 이럴까.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거대 보험사 잇속만 챙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운용 후보: 혼합진료 금지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라야 한다. 수면내시경 같은 경우 필요한 환자에게는 급여로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현재 비급여로 되어 있는 많은 부분들이 급여화가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혼합 진료가 실제로 금지되고 의사가 자부심을 갖고 충분히 보상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혼합진료 금지가 지금의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오히려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좋겠다. 그러면 의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정부가 마련해 준다는 뜻이니까.
주수호 후보: 의료계는 실손보험 도입 때 우려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그 때는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상품을 팔고 이제와서 문제가 되니까 의사들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당시 정책입안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급여진료만 하는 곳은 이미 없다. 의료기관 유지가 안 되니까 급여와 비급여를 함께 진료하고, 완전히 비급여 진료만 하는 곳도 있다. 정부는 비급여 시장이 커지니까 의사들이 급여시장에서 비급여 시장으로 이탈하고 있다는 보고 있다. 그런데 비급여시장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을까. 정부는 급여 진료만으로 필수의료기관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의사 수가 증가할 수록 의료비가 증가하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서 제2 민간보험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의대정원 증원이 의료민영화 길을 튼다는 지적이다.
정운용 후보: 실손보험은 이제 건강보험을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사실상 내놓았다. 의료민영화는 그들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본다. 완성되면 개원의들까지 종업원으로 일하면 된다. 의사 수와 의료비 증가 부분은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 의료 문화, 의료 체계와도 연관된다. 이번 2000명 증원안은 적어도 빅5 병원의 요구를 정부가 받은 것 같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가 주장했던 의사 정원 확대는 공공의료에 분야에 한정된다. 영국의 의료제도는 사회주의 소련에서 배워서 마련했다. 그러나 영국 의료제도는 자본주의 제도다. 공공의료를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숫자나 병상수는 핵심 지렛대다. 중요한 순간에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인숙 후보: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민영화를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용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는 나와 있다. 생명공학이나 의과학이 발전하고 있고, 신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새로운 의료수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주수호 후보: 의료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의료민영화는 악이고, 공공의료는 선인가. 의료민영화가 되면 재벌들이 의사를 고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국가 독점이 가장 나쁘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의료기관이 민간기관임에도 강제지정제에 묶여 있다. 단일보험을 깨고 여러 보험사를 들여오는게 민영화일 수 있다. 역설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단일화 이후 공공기관이 더 줄었다. 지난 2000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 소송이 합헌 판결이 났지만, 소수의견에는 위헌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 비유를 높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굳이 돈을 들여서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강제지정제를 폐지하고 정부는 공공기관을 강화해 민간기관과 경쟁해야 한다.
의사 회원은 14만명에 이르는데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5만명이다. 투표율은 늘 50% 안팎에 머문다. 이렇다보니 의협의 대표성이 입길에 오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주수호 후보: 대의원들을 설득해서 선거권 관련 규정을 완화하겠다. 직전년도 회비 납부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 물론 회비 납부 여부에 대해서는 차이를 두겠다. 회비를 낸 회원들에게는 분명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 회비를 내면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회무를 이끌겠다.
박인숙 후보: 정부에는 의협 회장 선거의 낮은 투표율이 늘 대표성 논란의 빌미를 준다. 많은 분들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회원들이 회비도 잘 안 낸다. 의협에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의료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뒤집혀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회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겠다. 모든 유권자들께 투표에 참여하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정운용 후보: 10월부터 서울에 머무르면서 여러 분들을 뵙고 있다. 최근에 만난 노원구의사회장 얘기를 들어보민 50%에 머무르던 회비 납부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지금은 400명 중 300명이 회비를 내고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열심히 보고했다"고 했다. 그것만 제대로 해도 회비 납부율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각 직능 역할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