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정상화 '열쇠' "기피과 행위료 인상·국고 미지급금 지원"
이세라 회장 "전공의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해야"
"진단을 잘못하면 수술이 잘못된다. 칼을 댔는데 치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피만 나고 상처만 입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10일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며 사직서 제출과 휴학으로 맞서고 있는 현 상황을 '잘못된 진단으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정의했다.
이세라 외과의사회장은 "팔굽혀 펴기를 할 때도 2개 밖에 못한다면 내일 3개, 모레 4개를 하면서 점점 늘려나가야 한다. 의대 정원도 마찬가지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면 현재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범위 내에서 올해 점진적으로 증원할 수도 있고, 너무 많다면 줄여나갈 수도 있다"면서 급진적인 2000명 증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세라 회장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앞서 법정 국고지원금 준수와 건강보험료 증액(재정 지원)을 조건으로 점진적인 의대 정원 500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하지만 2000명 파격 증원에는 재원 조달의 비현실성과 의료 붕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세라 회장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잘못된 열쇠로는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다"면서 "제대로 된 올바른 열쇠로 전공의들과 의사단체 대표를 만나야 하는데 대표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과 누가 만나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게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노력할 테니 정부도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세라 화장은 "채찍을 들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다고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피과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피과와 비기피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이세라 회장은 "의료보험제도 출발 당시부터 기피과 의사 행위료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고, 수십 년 동안 정부가 바꾸지 않았다"면서 "국고지원금 미지급금이 한 해 3조원이다. 5년 동안 지급했다면 15조원 정도다.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책은 미봉책"이라면서 기피과 수가 정상화와 국고지원 미지급금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민호균 외과의사회 보험이사(유미노외과의원)는 "당직을 줄여주거나, 월급을 더 올려 주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사회로 나갔을 때 의료인으로서 지역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미래와 꿈을 다 박살냈다. 이미 선을 넘었다"고 언급했다.
민호균 보험이사는 "대형병원만 선호하고, 지역에 있는 의사를 무시한 채 KTX를 타고 서울까지 와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욕망은 당연한 것이냐?"면서 "한 쪽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언론과 국가의 행태는 과연 정당한가? 의사만의 잘못만 따지기 전에 양쪽의 공정을 이야기 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전문가 평가제·자율징계 등 의사 사회 내부의 자정과 의료윤리 등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도 강조했다.
이세라 회장은 "의료정책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게 얽혀있다. 정부도, 의사단체 내부도 노력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게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노력할 테니 정부도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면서 "의료정책은 굉장히 복잡하고, 막중한 문제다. 정책 당국은 의사단체나 전문가 단체와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