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정부 수련병원 군의관·공보의 파견에 "현실 모르는 소리" 일축
고년차 전공의 미수련 인력으로 대체 불가...현장 혼란·지역의료 공백 '우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공백 해결을 목적으로 전국 20개 수련병원에 공중보건의사 등을 한 달 동안 파견키로 한데 대해, 의료계가 "의료 현실을 정말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채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일축했다.
일반의 면허를 가진 공보의가 특정과 전공의가 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보건복지부가 의료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자인한 것이고, 전공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출했다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책임 회피용으로 국민 기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협조 하에, 이날부터 전국 20개 수련병원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한달 동안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수련병원 전공의 공백해소를 목적으로다.
파견 공보의는 138명인데 이 중 92명은 일반의다. 군의관은 20명을 동원하기로 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저도 외과 전문의로 평생을 살아온 의사이지만, 다른 전문과 진료는 잘 모른다"며 "고년차에 해당하는 3∼4년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 획득을 목전에 둔 고도로 수련된 인력, 다른 전문과목을 10년 이상 했어도 잘 모르는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과목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가 각 전문과의 특화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의료에 대한 정부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반대로 일반의가 특정 전문과 전공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출한 것이라면,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려는 국민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 무지의 소치이든 국민을 속이는 것이든 두가지 모두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 지역 의료 공백도 걱정했다.
의협 비대위는 "공보의와 군의관들은 격오지 의료와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던 인력"이라며 "이들을 차출하면서 격오지 주민들에 대한 의료와 군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격오지 주민과 군인들의 생명과 건강보다 어차피 메워지지도 않을 수련병원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더 중요하느냐"고 따져 물은 의협 비대위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다고 밝힌 것은 정부임에도 왜 정부가 나서서 격오지 주민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던 공보의와 군의관 인력들이 파견이 되었을 때,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번 공보의 파견을 비롯해 정부의 '앞뒤 맞지 않는 행보'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PA를 양성화시켜 전문의 고용을 필요 없게 만들고 있고,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종용하면서도 수 천명 전공의의 면허정지 저분을 시도해 영원히 복귀를 못하게 만들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의협 비대위는 "원칙 있는 정부라면 한 가지만 하라. 거짓말을 많이 하면 들통이 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원칙 없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