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사 추가 채용하면 인당 월 최대 1800만원 지원
당직비도 평일 최대 45만원, 주말 최대 90만원까지 지원
일선 현장 "인건비 온전히 전달 안 된다 생색내기용일 뿐"
정부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과 국비를 연일 투입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들어가는 행위 또는 인건비의 수가 가산율을 상향하고 교수 및 전임의 당직비도 보전하는가 하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의사 추가 채용 비용도 따로 책정했다.
정작 일선 현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비용 중 특히 인건비는 온전히 해당 인력에 전달되는 것이 아닌 생색내기용일 뿐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응급실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최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대책 및 건강보험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예비비 1285억원과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응급실 지원 방안만 따로 보면 우선 중앙 또는 긴급대응 응급의료 상황실을 통해 배정된 응급환자를 실제로 진료한 응급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배정지원금 약 7만원을 지급한다. 권역·지역·전문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한정이며 중증응급환자 또는 중증응급의심환자(KTAS 1~3)가 대상이다.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권역·지역·전문응급센터) 및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진찰료 수가도 100% 한시적으로 인상했다. 권역·지역·전문응급센터에 해당하지 않는 응급실에서 응급 진찰료도 지역센터 전문의 진찰료의 50% 수준인 1만8870원을 별도 보상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 전문의, 간호사에게는 당직 수당도 정부가 지급하기로 했다. 의사는 평일 최대 45만원, 휴일 최대 90만원을 간호사는 진료보조인력 간호사 기준 최대 15만원을 지원한다. 의사, 간호사를 신규 채용했을 때 인건비도 지원한다. 의사는 월 최대 1800만원, 간호사는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당직비와 월급 지원은 이달 중 한다는 계획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 비응급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할 때 중증도를 분류하는 전담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15일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내용을 전날 오후 응급의료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의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공유 했다.
정부가 전공의 공백에 따라 투입된 인력의 번아웃을 경계, 비용 지원책을 거듭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명시한 비용이 환자 진료에 전력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고스란히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에서다.
지방 한 국립대병원 보직교수는 "전공의 빈자리를 교수들이 채우면서 당직까지 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말한 것처럼 당직비, 월급이 온전히 해당 인력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병원마다 사정은 다른데 적어도 우리 병원은 당직비도 그렇고 새로운 인력 채용에 따른 비용도 그렇고 인원을 제한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돈을 줄 테니 사람을 추가 채용하라고 하지만 어디서 사람을 구하나"라며 구인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책은) 건강보험 재정만 축내는 일"이라고 일침 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교수도 "사실 정부는 안 썼어도 되는 돈을 지금 쓰고 있다"라며 "사실 상급종합병원 입원과 외래가 줄었으니 건강보험 재정을 오히려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를 전공의 공백에 따른 대형병원들의 손실 보전용으로 사용하면서 선심쓰는 것처럼 발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수술은 11일 기준 52.9% 감소(2월 15일 대비)했다. 이달 첫째 주 일 평균 입원환자는 2월 첫 주 보다 36.5% 줄었다.
2020년 젊은의사 집단행동 당시 일부 병원은 교수들의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선례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대형병원은 오히려 당직비 등에 대한 체계가 있어 교수나 전임의가 당직을 하면 그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지급할 것"이라며 "세브란스만 해도 교수 당직비는 평일 기준 30만~40만원, 주말은 60만원 수준이다. 물론 정부가 당직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정해져 있는 비용에 더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형병원이 아닌 지방 중소병원, 사학재단 병원 등 수당에 대한 구체적인 체계가 없는 병원들이 다수 있다"라며 "지방 한 사립대병원은 2020년 집단행동 당시 교수들이 당직을 서면서 전공의 빈자리를 메웠는데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진료과에 일정 비용을 준 후 회식에 사용하라는 식으로 마무리 지은 병원도 있었다. 정부가 인건비 지원책이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온전히 당사자에게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