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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조회'일뿐이라던 政, ILO 조치에 당황?

'의견조회'일뿐이라던 政, ILO 조치에 당황?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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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조치 없다'고 한 당일 ILO 권고 나와 "업무개시명령은 자유침해"
정부 "ILO 판단 유감, 법적 구속력 없다…국제사회의 오해 우려"
ILO, 화물연대 파업 다음 전공의 사직 판단은? '국민 생명 위협'이 관건

ⓒ의협신문
[그래픽=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한국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것을 두고 "의견조회일 뿐 권고 등 후속조치도 없다"고 일축했던 정부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꿔야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저녁 ILO가 한국 정부에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등은 노동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자유를 보장하라 권고한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전공의를 향한 압력이 ILO 협약을 위반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ILO에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했다. 

전공의협의회의 행동에 14일 고용노동부는 "ILO의 'Intervention'절차는 권고 등 후속 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노사단체에 전달 후 종결할 뿐이다. 의견조회 혹은 의견전달로 보는 것이 부합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2022년 11월 화물연대 역시 '의견조회'를 요청했으나 별도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ILO로부터 전공의 관련 '의견조회' 요청이 들어오면 ILO 사무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IL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350차 이사회를 열고 "지키지 않은 이들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노동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권고안을 채택해 "화물기사 등 모든 노동자가 그들의 이익을 충분히 증진하고 방어할 수 있도록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조처를 하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권고안에는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지 말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직전 보도자료에서 '의견조회에 불과할 뿐'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고용노동부는 이날 다시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권고에서는 우리나라가 ILO 협약을 위반했다고 언급한 내용이 없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한국 정부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노사단체와 국제사회 등이 오인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사안이 국제기구 ILO에 공식 접수돼 진행된 점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ILO 결사자유위원회에서 충분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ILO의 판단은 전공의의 사직이 '강제노동 금지 예외상황'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ILO는 '공중의 생존·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전쟁·화재·홍수·기근·지진·전염병·해충침입 등 재해나 재해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서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이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같은 논리를 펼쳤는데, ILO는 "한국 정부가 트럭 노동자 작업 중단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전공의협의회 측은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인해 환자들의 생존이나 안녕이 위태롭게 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강제노동 예외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료대란이란 표현은 언론에서 과장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전공의협의회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ILO는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로 비자발적인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 또는 의무노동을 금지하며, 2021년 한국 국회가 비준한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일각에서는 ILO가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안 채택에 그친다 하더라도, 한국의 의료대란에 국제사회의 눈이 쏠린 상황인 만큼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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