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focus-박경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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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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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교수에 채용될 '극히 희박한' 확률에 당첨(?)되는 기분은 어떨까.게다가 학부의 배경까지 다른 경우에 '의과대학'의 교수로 임명된다면?

서울대 전자공학 입학과 미국 USC 대학 박사, 그리고 2000년 연세의과대학에 편입하기까지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을 걸어왔던 그간의 한 걸음 한걸음 들이 일순간 '아름다운 자취'로 추억될지 모르겠다.
 
이같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주인공 박경수 교수(연세의대 임상약리학)를 만나 의사의 길에 들어서기까지의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학부의 배경은 의학이 아닌것으로 아는데 의학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82년)한 이후 미국 USC 대학에서 의공학을 전공했다.의공학은 공학과 의학이 접목된 학문으로 공학적 기법을 생명현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분야로 여겨졌다. USC에서 의공학으로 Ph.D를 밟던 당시 지도교수가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는데 약리현상을 공학적 기법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 매료돼 임상약리의 밑거름이 되는 연구를 박사과정에서 시작하게 됐다.박사학위 논문도 약물반응의 개체별 다양성을 고려한 약물의 적정 투여법에 관한 주제를 택하게 됐다.
 
▲ 박사학위 취득 후의 연구활동은?

95년부터 UCSF 의과대학에서 포스트 닥(박사후 과정) 펠로우로 일하면서 의학과 본격적으로 접목한 연구를 시작했다.무엇보다 의대 임상약리학과의 루이스 샤이너 교수와 같이 일하면서 가장 많은 성취를 했던 것 같다.샤이너 교수는 집단약동학 (population pharmacokinetics)의 창시자로서 미국 제약사 등이 약물을 개발하고 평가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NONMEM'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낸 대가다.정말 존경한다.
 
▲샤이너 교수에 대해 더 말해달라

샤이너 교수는 레지던트 1년차 시절 우연히 참석한 어느 경제 관련 세미나에서 UCLA 경제학자의 '집단분석 (population analysis)'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 이론을 인체에서의 약리현상을 이해하는데 적용시켜보겠다는 영감을 얻어 연구를 시작, 집단약동학이론을 창시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임상의 길을 접고 임상약리학의 길에 들어섰다.그의 이론을 집대성하기까지 컴퓨터, 수학, 통계등 집단분석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들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인간성과 연구자로서의 자세 또한 그의 학문적 업적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는 지식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본인이 대가임에도 잘 모른 점은 자기 밑의 연구원들에게 어린아이같이 묻곤 했다.

그와 일을 시작하게 되는 신임 연구원들에게는 "My doors are almost always open"이라는 메시지의 메일을 보낸다.그러면서 실제로 연구원의 세세한 연구내용에 항상 관심을 가지면서 연구자들의 연구를 꿰뚫고 있었으며 항상 연구자들과 같이 호흡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의과대학에 편입하게 된 것도 돌이켜보면 다양한 학문적 배경에서 새로운 분야를 창시한 샤이너 교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샤이너 교수와 같이 한 연구는 무엇이었나.많은 성취를 했다고 했는데.

그랬다.샤이너 교수의 연구는 기초의학자와 생물통계학자인 스튜워드 빌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기초의학의 새로운 이론을 정립했다고 볼 수 있다.이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난 가장 활발한 연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과도 있었는데 약물의 생물학적 동등성 평가에 이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많은 실적을 냈다. 이 소프트웨어는 현재 미국 제약 컨설팅회사에 의해 임상약리학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그밖에 패취 제제의 생체이용률 분석에 관한 방법의 개발, 소아정신과 약물의 약효 모델링 및 적정 용량의 산출 등에 관한 연구도 했다.

학문적인 성취 외에 샤이너와 빌 교수로부터 진정한 협업(co-work)의 의미를 배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었다.
 
▲박사학위까지 끝내고 또다시 의학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연구조교수로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기초 연구조교수로 일하면서 임상의사들과 같이 연구를 많이 했는데 연구를 할수록 정규의학교육을 받을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 연구가 의학에 기여하는 연구라면 의학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미국의대에 진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기회는 있었다.연구조교수 신분을 유지하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학과장의 제안도 있긴 했다.하지만 공부를 마친 이후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미국의대보다는 한국의대에 더 가고 싶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대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의 교육과 연구환경은 어떤가.

미국은 효과적인 협업이 강점인 나라다.다른 학문적인 배경을 갖고 있더라도 협업을 통해 새로운 분야의 연구 창안이 가능하다.이론으로 무장하고 협력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가 갖추어져 학문의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가장 멋있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의대학생들은 방학기간이라도 교수들과 같이 공동연구를 많이 한다. 공부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연구가 활성화돼 있다.한국은 좀 다른 것 같다.강의가 너무 많아서인지 수업부담을 크게 느낀 학생들은 공동연구를 거의 하지 못한다.

미국의 강점인 협업을 우리나라에도 접목시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임상약리학 분야는 역사가 짧다.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제대로 이해하는 분이 적다.임상약리학이란 '약제선택과 개별용법'의 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개별용법중 각 개인에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이 분야의 저변확대를 위해 열심히 연구할 생각이다.이제까지는 외국의 이론과 기술을 베껴 써왔는데 이제는 우리의 공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싶다.한국인에 가장 적합한 약물 DB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초의학분야에 지원하는 인재가 많기를 바란다.정부가 나서서 기초의학자의 성공 모델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제도가 정착될 수 있길 희망한다.
 
▲결혼했나.어떤 배우자상을 원하나.
 
아직 싱글이다.(멋적은 웃음) 서로 격려하며 상대의 사회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대화할 수 있는 관계이길 바란다.여성도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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