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만성질환 진단·치료·교육 사업 '부부 단위' 접근해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 [BMC Medicine] 발표
고혈압·당뇨병·심장 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배우자는 만성질환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제1저자 안호영·계요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8년 동안 추적 관찰 연구를 통해 만성질환자가 배우자의 빌 병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지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 Medicine](IF 10.4) 최근호에 발표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 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부부 814쌍을 대상으로 각각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누적질환평가척도(Cumulative Illness Rating Scale, CIRS)로 평가하고, 학력·알코올 섭취량·수면의 질·신체 활동·우울 정도 등 질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인자를 8년 간 추적조사해 분석했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3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74.3%에 달한다. 유병률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어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어렵고,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 부부는 생활습관을 공유하면서 식습관·신체 활동·치료 준수도 등에도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부부 단위의 만성질환 관리가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 부부 중 한 사람의 CIRS 점수가 1점 높을수록 배우자의 8년 후 CIRS 점수는 0.154점이 상승했다. 8년 추적 기간 중 CIRS 점수가 1점 상승할 때마다 배우자의 점수 또한 0.126점 함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질병부담 정도가 클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여러가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배우자는 향후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고, 만성질환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배우자의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부부 중 한 사람의 현재 질병 수준뿐만 아니라, 향후 그 변화 정도 또한 배우자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웅 교수는 "노년층은 만성질환 부담이 높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워 진료나 보건사업을 부부 단위로 설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만성질환이 배우자의 건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만큼 질환 관리 동기를 강화하고, 부부가 상호 팀이 되어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부부를 함께 만성질환 진단·치료·교육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