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세 연구 모두 연구범위 한정…일정 시점 지나 의사과잉 예측"
의료제도·수가, 소비행태, 의사 활동분야·분포, 의료기술 발달 등 반영 안돼
다양한 요소 고려·과학적 근거 기반·주기적 평가·인력 유연성 확보 등 '필수'
의대정원 증원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거치며, 필요하면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같은 정책을 정부-국민-의료계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2일 정부가 '의사 1만명 부족' 근거로 제시한 세 연구보고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공개했다.
세 연구보고서는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2020년),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교수, 2020년),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권정현 박사(KDI), 2023년) 등이다.
의학한림원은 지난 2월 23일부터 한 달간 전문가 검토와 토론을 통해 이번 검토 의견을 마련했다.
먼저 연구범위의 한계를 짚었다.
세 연구보고서는 모두 전체 인구와 의사의 연령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 의사 업무능력의 변화 등을 감안해 연구 당시(2018-2020년)의 상황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이뤄졌으며, 의료제도와 의료수가, 국민의 의료소비행태 변화, 의사들의 활동분야와 지역별 분포,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기술의 발달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의학한림원은 "의사인력에 관한 장기계획을 수립할 때 이 연구보고서들의 내용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정책을 결정하려면 더 많은 중요 요인들을 반영한 정교한 추계치의 산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 연구보고서 모두 의사인력 부족은 일시적 현상이며, 일정 시점 경과후 의사과잉을 예측했다고 분명히 했다.
의학한림원은 "세 연구보고서들은 공히 의사인력 부족은 일시적 현상으로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 이후 고령층 진입 인구의 규모도 차츰 줄어들고 전체 인구도 줄게 돼 의대정원 확대의 정도에 따라 그 시기는 다르지만 향후 의사인력 과잉현상이 나타남을 예측했다"면서 "의사의 과잉배출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상승을 피하려면 의사 수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릴 때가 다가올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세 연구보고서는 각각 제한된 전제 아래 제한된 자료를 이용해 목적에 맞게 수행된 연구결과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이 연구보고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의학한림원은 "이런 추계를 이용해 대체적 흐름이 아닌 정확한 수치를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절대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의사인력 추계에는 전체 인구와 의사의 연령구조뿐 아니라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침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자료의 절대 수치를 그대로 인용했다"면서 "인구의 연령구조 변화 외의 여러 요인들에 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면 의사인력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크게 변화하므로 변화의 속도에 따라 의사인력 추계도 주기적으로 반복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나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요인들이 의대정원 정책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훨씬 빠르고 큰 영향을 미치므로 먼저 이 변화들을 추진하고 그 후 의사인력 수요 변화의 추이를 감안해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를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의학한림원은 "의대정원 증원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의대정원을 감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대비 없이 의대정원을 대폭 늘림으로써 향후 의대정원 감축 때 나타날 사회적 갈등 여지를 예방하지 않았다"면서 "근거의 편향된 선택, 의료계와의 형식적 소통, 졸속 교육현장 조사, 교육현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뿐 아니라 근거의 해석 과정에도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