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간호사법 제정안 발의
총선 D-13, 21대 국회 마무리 수순 실현 가능성 '희박'
더민주 "의·정 대치 속 또 다른 갈등, 정부여당 무책임"
국민의힘이 '간호사법' 제정안을 예정대로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11개월 만, 총선을 불과 13일 앞둔 시점이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28일 동료의원 15인의 동의를 받아 간호사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간호사법은 지난해 폐기된 야당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간호사의 단독개원과 진료보조(PA) 간호사 양성화를 위한 근거를 담고 있다.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조항을 신설해 간호사로 하여금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고,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전문간호와 함께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하에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밖에 간호사의 권리로서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고,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 금지, 간호사 대 환자 수 축소, 간호사 교대근무 체계화 등을 국가의 책무로 삼았다.
간호조무사협회의 숙원사업이었던 법정단체 설립 근거도 함께 담겼다.
유의동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간호인력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한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간호에 대한 법 보호 체계를 구체화하고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해 간호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입법배경을 설명했다.
갑작스런 여당발 간호사법 제정 움직임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안 제정은 안된다며 지난해 간호법 제정안을 거부했던 정부여당이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오히려 직역 갈등의 소지가 더욱 진해진 법안을 재추진하고 나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물리적으로 법안의 처리를 염두해 둔 작업으로 보기도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의 입법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에서, 통상의 개정 법안보다 더욱 복잡한 처리절차를 요하는 제정 법률안을 내놓은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간호법을 다시 내놓은 것은 그야말로 '간호계 표심 얻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야당에서는 "보건의료계의 혼란을 더욱 키우려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여당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대치 상황에서, 간호계를 끌어들여 보건의료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작정이냐"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수호해야할 정부여당의 책무를 언제까지 외면하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간호법 거부 당시 정부여당이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과 기준마저 뒤집으며 진정성 없는 입법 발의를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한 신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자세로 보건의료계의 갈등을 심화시키지 말고 보건의료계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