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가장 큰 문제 "365일, 24시간 필수의료 상시 진료 의사 부족"
박형근 교수, 지방대병원 전공의 늘리고 수련 비용 국가 책임 제안
필수의료와 함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전공의 수련의 질 개선이 방안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내세운 전문의 중심 병원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전문의 노동시장 현실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조언도 더했다.
박형근 제주대병원 공공부원장은 29일 서울 LW컨벤션에서 지역의료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지역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24시간 365일 필수의료 분야에 상시 진료가능한 전문 진료팀을 구축해서 운영하는 종합병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전문의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고용유지하는 게 대단히 어렵다. 전문의는 신규 진입이 어렵고, 기존 전문의 인력은 고령화 등의 문제로 유출이 커지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실제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 분포한 지방의료원 35곳과 적십자병원 6곳 중 종합병원 최저기준인 300병상을 넘는 곳은 7~8곳에 불과하다. 전문의 숫자도 최소 65명은 돼야 지방에서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서울의료원을 제외하고는 해당 숫자에 턱없이 못미친다. 전문의 숫자가 12명, 14명뿐인 의료원도 있었다.
조 회장은 "지방의료원은 미션과 비전이 불명확하고 시설규모가 열악하며 입지도 취약하다라며 "정원과 인력 역시 부족하며 거버넌스도 불안정하다. 종합병원은 커녕 일반병원 기능도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라 진단했다.
박형근 공공부원장은 지방의료원의 열악한 현실, 나아가 지역의료 기피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전문의 노동시장의 실패라는 관점을 갖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원장은 "노동시장 실패 부분 개선을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지역 종합병원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출신 의대생 숫자를 늘리는 게 첫번째 조건"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대병원 전공의 티오를 늘리고 확보율도 높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공의 수련의 질 개선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했다.
박 부원장은 "전공의가 값싼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라며 "선진국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한다. 대통령실에서 발표했지만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맥락에는 전공의 때 지식과 경험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고 여기에는 비용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학회를 포함해 의료계와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담기지 않았지만 비용까지 책임지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그래야 나아가 전문의 중심의 종합병원 운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박 부원장은 "젊은의사는 물론이고 의대생조차 필수진료과 전공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며 "필수과 전문의의 노동강도가 높고 필수진료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더 높은 수준의 보수와 워라밸이 보장되는 일자리들이 많다. 복합적인 문제지만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필수과 전문의의 노동 조직과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명확하게 정책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와 믿음이 있어야 현재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의들이 이 부분에 대한 믿음이 없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면 비용은 늘 수밖에 없는데 보상이 충분할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부원장의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확대되는 의대정원 2000명 중 82%는 지방의대에 배정했고, 지역인재전형을 현행 40%에서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지역의료 수련도 1차의원부터 3차병원까지 네크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특화 수련과정을 개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특별히 지역의료에 대해서는 인력증원뿐만 아니라 투자도 확실하게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