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정근안과병원, 75세 백내장·황반변성 환자 무료수술
5년 전부터 시력 저하…신호등 못봐 교통사고 당하기도
5년 전 갑자기 찾아온 시력 저하로 외출조차 하지 못한 채 어두운 골방에 홀로 지내야 했던 75세 이OO 씨가 그린닥터스의 도움으로 광명을 되찾았다.
젊은 시절 국제 무역상으로 동남아를 누비던 이 할아버지는 2003년 태국에서 유행한 조류독감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며 재기를 꿈꿨으나 5년 전 부인과의 사별에 이어 간암 발병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백내장이 발병했으나 제때 치료하지 못해 눈까지 어두워졌다. 지난해에는 어두운 눈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부산진구 범천동 안창마을 단칸방에 살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혼자서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어둠 속에 갇힌 채 하루 하루를 살아야 했다.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찾아가는 왕진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가 안창마을을 방문한 것은 지난 3월 23일.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홀로 허름한 골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이 할아버지의 집을 찾았다.
이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 검사부터 진행했다. 검사 결과, 이 할아버지의 눈 상태는 심각했다. 심한 백내장에다 황반변성이 함께 발병, 백내장 수술을 하더라도 뚜렷한 시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저 신호등 불빛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이 할어버지의 애원에 정근안과병원 의료진이 메스를 잡았다.
권상민 정근안과병원장의 집도로 3월 27일 오른쪽 눈을 먼저 수술했다. 3일 뒤인 3월 29일 나머지 왼쪽 눈 백내장 수술도 진행했다.
권상민 병원장은 "워낙 망막 상태가 좋지 않아 시력 개선 효과를 크게 볼 수는 없지만, 신호등 불빛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안과진료를 받으면 조금 더 시력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며칠 전 미국 볼티모어 다리가 화물선에 부딪혀 붕괴되는 장면을 CNN 뉴스속보로 봤다. 앞으로 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권상민 정근안과병원장이 이OO 씨의 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