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 구축 돌입했지만…불신 팽배

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 구축 돌입했지만…불신 팽배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4.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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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개발원, 10월까지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체 선정 공고
의료계 "정보 어디로 흘러갈지 못믿겠다, 핀테크 업체 활용할 것"

[이미지출처=Freepik] ⓒ의협신문
[이미지출처=Freepik] ⓒ의협신문

오는 10월 실손보험 청구대행 시행을 앞두고 전송대행기관으로 선정된 보험개발원이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핀테크 업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하고 있는 만큼 국가가 주도한 시스템을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이달 초 나라장터에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사업'을 맡을 사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10월부터 시행할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실손청구 전송대행기관을 보험개발원으로 지정한 데 따른 절차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관련 서류가 전자 전송되는 시스템인데, 올해 10월 25일부터 병원급 이상에 먼저 적용하고(1단계) 내년에 10월에는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할 예정(2단계)이다.

보험개발원은 해당 사업을 수행할 적격자를 찾지 못하고 지난달 25일 '긴급' 재공고한 상태다. 재공고 일정에 따르면, 2일 입찰 마감을 한 후 오는 3일 제안설명회를 갖는다. 시스템 구축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비예가 입찰로 이뤄진다. 입찰 참여자들이 보험개발원의 제안요청서를 보고 입찰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인데 일각에서는 2단계까지 1000억원이 훌쩍넘는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대상 요양기관은 병상 30개 이상 병원급 7000여곳과 의원 및 약국 9만3000여곳이다. 실손보험계약을 갖고 있거나 보유예정 보험사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모두 더해 33곳이다.

의료계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며 보험개발원이 구축한 청구 간소화 시스템 활용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나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이미 시장이 형성된 핀테크 업체를 통해 현재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보험개발원이 만든 시스템으로 갈아탈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것.

실제 비트컴퓨터, 유비케어 등 핀테크 업체에 따르면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에서 최근 2~3년 사이 1000만건이 넘는 청구 대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속도라면 2025년까지 실손보험 청구 건의 90%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보험개발원의 사업제안서 중 실손보험 청구 <span class='searchWord'>전산화</span> 시스템 개념도 변화 ⓒ의협신문
보험개발원의 사업제안서 중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개념도 변화 ⓒ의협신문

또다른 하나는 데이터 축적 및 활용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사실 보험개발원은 지난 8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사업 공고를 냈다가 19일 내용을 일부 변경했다. 제안요청서에 보험개발원이 만든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개념도'가 실렸는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연동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화근이 됐기 때문이다.

전송대행기관은 단순히 요양기관이 전송한 자료를 보험사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만 하기로 민관협의체에서 결론이 난 터였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나 심평원을 경유하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오해가 있어 이미지를 수정했다"라며 "단순히 요양기관 개폐업 정보를 쓰겠다는 표시였다. 심평원을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보험개발원이 개념도를 수정하고 다시 공고를 내면서 논란은 일축됐지만 의료계는 데이터 운용 축적 및 활용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요양기관이나 민간차트 회사들이 인센티브도 없는 보험개발원과 협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며 "보험업법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환자도 보험료 인상에 민감한데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보험개발원을 경유해서 정보를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정보가 어디로 흘러 들어갈지 모르는 불안감이 오히려 커졌다. 이런 불안감을 갖고 보험개발원을 통해 청구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또 기존 차트회사들이 서비스하는 서류전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험개발원이 전송대행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별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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