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미흡…이공계 교육시스템 붕괴 초래"
"'의료 분절' 막기 위해 의·정 대화 촉구…의사-환자 갈라치기 중단해야"
의사와 약사 출신 평론가 모임인 한국의약평론가회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필수의료 공백을 막고 지역의료를 활성화 시키는 데 있음에도 '의대 증원'에만 몰입되어 있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활성화라는 원칙에 입각한 '필요와 충분조건'을 도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의약평론가회는 2일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는 의사 수 확대로 확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영역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면서 "어렵고 힘든 분야를 현실적으로 보상하고, 의료사고나 분쟁 위험에서 벗어나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없이는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필수의료 회생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의학한림원·대한의학회·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석학단체와 교육·연구 전문가단체에서 정책적 근거가 미흡할 뿐 아니라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한 것에 동의한다"고 밝힌 의약평론가회는 "당장의 문제는 필수의료의 공백이며, 지역의료체계 붕괴"라면서 "'숫자'에 발목이 잡혀 '필수의료 해결'이라는 본질에 접근도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한 뒤 의사 인력은 과학적인 근거와 추계에 의해 증감을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급격한 의대 증원은 의학교육 부실화와 이공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급격한 의대 증원은 의학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 의약평론가회는 "사회 전반으로도 인재 쏠림 현상을 유발하여 이공계를 필두로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약평론가회는 "이대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수업과 수련 중단이 발생할 경우 내년부터 전문의 수급 대란은 너무도 자명하고, 전공의 수련교육 및 의학교육의 혼란 또한 불가피해진다"면서 "대한민국 의료를 분절시키는 더욱 심각한 사태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의약평론가회는 "환자와 의사를 갈라치기 하는데 열을 올리는 정부의 태도는 거둬들여야 하며, 원만한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의·정 간의 지나친 비방이나 저급한 언사도 자제되어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공의와 학생들의 반발과 교수들의 중재 노력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발전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지지를 표한 의약평론가회는 "사태의 조기 종결을 위해 의사 지도부가 중지를 모아 정부와의 대화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