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의협, 국민에게 전문가 목소리 더 들려달라"

종교계 "의협, 국민에게 전문가 목소리 더 들려달라"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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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 "소아의료 붕괴 전 필수의료로 번질 것" 호소
종교계와 만남 지속…천도교·유교에 중재 요청 "의·정 더 많은 대화 필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8일 오후 천도교와 유교 대표자들을 만나 의료계와 정부 간 중재를 요청했다. (사진 왼쪽부터)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 주용덕 천도교 교령대행.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8일 오후 천도교와 유교 대표자들을 만나 의료계와 정부 간 중재를 요청했다. (사진 왼쪽부터)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 주용덕 천도교 교령대행.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 종교계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기독교, 불교계에 이어 천도교, 유교계를 만나 중재를 요청했다.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8일 오후 천도교 수운회관(서울 종로구 소재)과 유교 유림회관(서울 종로구 소재)을 연이어 방문했다.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가 너무도 강경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전공의가 돌아가기 어렵다"며 "결국 국민들이 가장 힘든 상황이 될 텐데 빠른 타개를 위해 종교계에 중재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역임했던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소아의료체계가 무너진 결과, 국회의원조차 서울 시내에 손자를 봐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정책이 강행된다면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모든 과에서, 전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대로는 나중에 내 가족도 붕괴된 의료체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교수들이 일상까지 포기하며 의업에 매진해 왔던 건 그만큼 긍지와 보람을 느꼈기 때문인데, 평생을 종사해 왔던 의업에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고 정말로 사직하는 분들이 나오고 있어 사태는 극히 심각하다"고도 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해왔던 필수의료를 숫자를 늘려 채울 수 있는 '낙수과'로 만든 탓에, 전공의와 교수들이 일이 힘든 건 참아도 자긍심을 뺏는 것은 참을 수 없어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어렵더라도 필수의료로 가려면 미래에 희망이 있어야 할 텐데 정부 정책이 그 희망을 앗아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100년간 구축해 온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복구는 불가능한데 대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함께 자리한 박종혁 의협 인수위원회 간사도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시행되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의료가 붕괴되고 국민생명을 지킬 수 없는데, 생명을 지키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의사로서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느냐"고 말을 보탰다.

천도교 대표자인 주용덕 교령대행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의료계와 정부 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의료계에서 얘기하는 교육환경 부족 등은 설득력이 있다. 의료현장 전문가의 시각을 일반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더욱 많이 전달해 주시라"고 말했다. 

이미애 천도교 교화관장은 "뉴스에서 볼 때는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절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임현택 당선인의) 말씀을 들어보니 의사들의 노고가 국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편향적인 보도가 나온다면 국민들 역시 한쪽의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미애 관장은 "의사들도 내 가족, 친척, 이웃으로 같은 국민"이라며 "천도교는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측 입장을 충분히 들었는데, 어떻게 의사를 도와야할지 말씀해주시라"고 말했다.

임현택 당선인이 "정부가 의료 현장의 전문가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결정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자 이미애 관장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오른쪽)이 8일 최종수 성균관장과의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이 8일 최종수 성균관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천도교에 이어 만난 유교계에서도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이런 시기에 의협회장 직을 맡아 애로가 많으실 것으로 안다. 종교계도 현 사태를 심각히 걱정하고 있다"며 "유교가 제일로 생각하는 덕목은 인의예지 중에서도 '인'이다. 의술을 인술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의료체계가 조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갑 성균관유회 총본부회장도 "인무원려 필유근우로, 먼 미래를 염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의료계도 정부도 어느 한쪽 입장을 견지하기 보다는 장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주 기독교계에 이어 이날 불교, 천도교, 유교 인사들을 만났고, 9일에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와 천주교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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