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 "의사 고발부터 한 복지부, 칼 올려두고 대화?"
민족종교·천주교 "국민 피해 최소화할 길은…대통령에게 대화 촉구하겠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중재를 요청하자 종교계에서도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겠다고 답했다. 종교계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화가 시급하다며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국내 대표적 종교단체들을 방문해 정부와 대화를 위한 중재 등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의 7대 종단 중 기독교, 불교, 천도교, 유교에 이어 9일에는 민족종교, 천주교 인사들을 만났다.
오전에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관(서울 동대문구 소재)을, 오후에는 천주교수원교구청 정자동성당(수원 장안구 소재)을 방문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1985년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7개 종단 중 하나다. 천도교, 원불교, 갱정유도 등 우리나라에서 창도된 12개 교단이 소속돼 있다.
임현택 당선인은 "의료계도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정부가) 테이블에 칼을 올려두고 대화하자는데 어떻게 합리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겠느냐"며 "보건복지부는 대화를 하자면서 의료인들을 고발부터 했다. 저 역시 고발당해 자택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를 여러 번 받았다"고 성토했다.
또 "전공의들이 주 120시간 격무를 감내했던 이유는 더 공부하고 덜 자면서도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의사를 악마화해서 모멸감을 주며 전공의들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은 "어려운 것은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실을 양쪽에서 서로 잡아당기면 풀리지 않고 엉켜버린다"며 "종종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 의사와 국민의 고충을 잘 헤아리시라 말씀드리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건 종교계에서 가장 좋지 않게 보는 처사"라며 "도(道)에 따르는 것을 첫째로 본다면 법(法)으로써 해결하는 건 다섯째로 본다. 사람이 만든 법에 의존해 어려움을 풀겠다는 건 사람의 길에서 많이 벗어나며, 법으로 모든 걸 다스릴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민족종교협의회의 이상훈 감사도 "의사는 존재하는 직업 중 가장 성스럽고 고귀한 직업"이라며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7대 종단에서 직접 대통령을 뵙고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대신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보탰다.
오후에는 천주교수원교구청을 방문해 이용훈 마티아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를 만났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모두발언에서 "천주교에서도 의사 선생님들이 얼른 현장으로 돌아와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대학별 정원을 배정해 발표하는 등 정부의 강경 일변도를 보니 의료계의 항의가 이해됐다"고 운을 뗐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일전에 종교계와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의대 정원을 주제로 말씀하셨는데, 얼마 전 발표한 50여분 대국민 담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공의와 대통령의 만남에서도 별 소득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가 양보의 뜻이 없다고 느껴 강대강 대치의 사태가 더 길어질 것이 크게 우려된다"며 "종교계 수장들도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치보다는 의료계와 정부 양쪽이 만나 조금씩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