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의료체계 전면 부정,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한 법안" 재확인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재택간호 기관개설 허용, 불법 넘어 위헌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 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우선 추구하는 법안으로, 직역간 분쟁을 야기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의 근거를 둔 데 대해서는 "간호기관 단독개설의 초석으로, 결국 간호사의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조장하여 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회적 비용 증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이 같이 의견을 정리하고, 이를 12일 보건복지부에 내기로 했다.
앞서 유의동 의원은 지난달 28일 동료의원 15인의 동의를 받아 간호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11개월 만, 총선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이었다.
해당 법안에는 각종 간호사 처우개선 방안과 함께 간호사 단독개원, 진료보조(PA) 간호사 양성화를 위한 근거 규정 등이 담겼다.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조항을 신설해 간호사로 하여금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전문간호와 함께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하에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내용 등이다.
이 밖에 간호사의 권리로서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고,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 금지, 간호사 대 환자 수 축소, 간호사 교대근무 체계화 등을 국가의 책무로 삼았다.
의협은 법률 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법안 제안 이유로 밝힌 바와 같이 초고령사회 진입 등 환경변화를 법에 반영하고자 한다고, 의료에 관한 기본법인 의료법을 개정해 모든 의료인이 더 나은 의료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지, 간호사만 따로 분리해 개벌법을 신설해 타 직역과 이원적 법체계로 운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오히려 법 제정시 통합적 보건의료체계가 전면적으로 부정되고 직역간 분쟁을 야기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의 경우 전문간호사에 의한 불법·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진료의 보조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일반간호사와 달리 포괄적 지도나 위임 같은 특별한 업무범위를 허용할 수 없으며, 허용할 이유도 없다"면서 "간호사의 진료보조에 대해서는 의사의 간호사에 대한 '개별적인 지도감독'만을 허용한다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따른 의료법의 대원칙"이라고 확인했다.
아울러 "법안 자체에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이를 모두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입법방식은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배해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도록 한 것이어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도 짚었다.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과 관련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개설을 간호사에게만 허용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의 예외조항임을 전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통상적으로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요양서비스의 범위를 넘어 의료행위적 요소를 포함한 의료기관 유사의 형태로 운영될 것을 예정하고 있음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짚은 의협은 "이는 간호사 단독기관 개설의 초석에 불과하며, 결국 간호사의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조장하고, 향후 재택간호 전담기관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대와 의료체계 근간의 훼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동 법안은 간호사에게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의 개설권을 허용하면서도 재택간호의 정의 및 범위 등 법률로써 갖추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지적하고 "이는 법률 제·개정 시 갖추어야 할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간호사법안은 간호사 직역만을 위한 특별법에 불과해 전체 보건의료직종 종사자와의 형평성이 없으며,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지적될 것이어서 현실에서 적용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