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 겸허히 받아들여야"
"국정 방향은 옳았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 자평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4·10 총선 이후 공식 석상에 처음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정책을 '개혁'이라고 하고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확대 계획 궤도 수정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만 대통령의 의중은 달랐다.
여당의 총선 참패 결과에 대해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국무위원)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야당과의 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국무위원에게 국회와 긴밀하게 더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10여 분간 읽어 내려간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던 국정 방향이 옳았지만 국민이 체감을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이 실제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책과 현장 시차를 좁혀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정책 수요를 통해 국정과제를 잡아 부처 간 벽 허물기로 일해왔지만 국민 수요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포함해 이름 붙인 '의료개혁' 추진의지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 긴밀하게 더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국무위원에 주문했다. 그는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라며 "국무위원들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 이야기도 꺼냈다.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일을 꺼낸 것.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는 당일 이웃나라인 일본은 "독도는 일본땅이고 징용 판결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윤 대통령의 미리 쓰인 모두발언문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관련국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경제안보 긴급 비상대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라며 "중동 지역 불안은 국제 유가상승으로 직결, 우리 경제와 공급망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재외 국민과 선박 공관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마무리는 '세월호 10주기'였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라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