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교수, 우리나라 맞춤형 일차의료 모형 개발 집중
"정부 추진 패키지는 병원 중심…일차의료 활성화도 넣어야"
정부가 지난 2월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병원' 중심 정책들로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돌봄 역량을 강화하고 지불제도 개편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일차의료' 활성화도 필수의료 패키지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의료이슈에 이 같은 주장을 담았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대부분 중증·응급·소아·분만에 관련된 병원 중심 정책들로 구성돼 있다"라며 "환자의료체계의 개선, 복합만성질환자의 효과적 건강 관리, 지역 돌봄 역량 강화, 지불제도 개편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의료제공 체계의 바탕이 되는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까지 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로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는 일차의료 모형 찾기에 관심을 쏟았다. 일차의료 모형 만들기 관련 연구용역도 다수 진행해 일차의료 유형을 분류, 지난해 4월부터는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모형'을 시범 적용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OECD는 우리나라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일차의료 부문 역량 강화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OECD는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와 더 많은 일차의료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일차의료에서 공동개원이 의료의 질과 조정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일차의료의 상대적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고 일차의료에 대한 우리나라 의사와 환자의 인식을 비교한 연구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여러자료로 볼 때 우리나라 일차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차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사업은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록관리사업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정도다. 이밖에도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올 하반기 본사업으로 전환, 확대가 예정돼 있다. 이 교수는 해당 사업의 제한점으로 "만성질환 관리 범위 중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2차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질병 발생을 막는 1차 예방 기능이 취약하다"라며 "일차의료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기존 사업과 연계 없이 서비스가 분절적이고 단독 개원의 현재 구조로는 인구노령화에 따라 급속하게 증가할 재가 환자의 지역돌봄 요구 중 의료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이해관계자와 활발히 소통해 새로운 모형의 현실 적합성과 수용성을 높여나가면 일차의료에 기반을 둔 한국형 주치의 제도 도입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