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홍보 강화 및 책임부회장제 실현 당부
'수임사항의 유연함' 안건 이달 말 정총 안건으로 등장
대의원회 해체론에 "없으면 의협 무너질 것" 일축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일방적' 확대 정책은 전공의의 사직, 의대생의 휴학으로 이어졌다.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공백 상황은 의료 현안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의체를 만들어 1년에 28차례에 걸쳐 의대정원 문제 등을 협의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의협 협상단은 의대정원 확대는 단 한 명도 안 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대의원회 수임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 집행부 운신의 폭이 좁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한계를 지적하듯 27~2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는 대의원 수임사항의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등장했다.
임기 마지막 3년차를 맞은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의장은 18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너무나 유연한 자세로 (집행부에) 수임사항을 주게 되면 오히려 차기 대의원회에서 회무보고를 받을 때, 감사가 감사할 때 더 어려워진다. 수임사항은 분명하게 줄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수임사항을 유연화할 게 아니라 유연하게 바꿔야 할 일이 있다면 대의원회 분과위원회를 활성화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고집을 꺾고 전공의와 의협 전현직 임원에게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의장은 "정부는 2000명을 향한 절차를 중단하고 행정처분을 취소하며 유화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라며 "의료계도 백지화, 원점 재논의 등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공의의 요구 조건 두 번째에도 있는 의료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만들어서 합리적, 과학적으로 추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도, 전공의도 대화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제 협상에 나서는 게 맞다"라며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것은 의사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부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새롭게 출범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집행부를 향해서는 홍보 강화 및 책임부회장제 현실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성민 의장과의 일문일답
오는 27~28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될 주요 안건은.
대의원 수임사항의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눈에 띄었다.
의료기관 제증명수수료 현실화도 올라왔다. 예를 들어 실손보험에서 서류를 요구할 때가 많은데 처방전 복사를 무료로 해준다. 처방전이 한 달에 한 번씩 나가면 1년이면 12장이 나가는데 5년 치를 받아 갈 때가 있다. 그럼 60장이다. 100원도 못 받는 현실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수가 정상화, 처방료 부활, 임시대의원총회 발의 요건과 임원 불신임 요건, 선거 관리 규정, 의사윤리강령 개정도 주목할 안건이다.
회장 직선제 전환 이후로도 대의원회의 선택이 회원 의견과 동떨어진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의원회 존폐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협회는 두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집행부가 회무를 집행하고, 대의원회는 집행부가 회무를 집행하게끔 수임사항을 준다. 어느 한쪽이 없다고 하면 의협은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10년 전에도 나왔던 주장이다. 업무가 다른 양대축이 의협을 지탱하고 있고 조화롭게 협조하고 견제하면서 의협이 발전할 수 있다.
작은 지역 분회는 대의원회가 집행부를 대신할 수 있겠지만 거대 조직에는 당연히 대의원회가 있어야 한다. 회원 민의를 반영할 수 있냐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가 될 수는 없다. 다수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강경한 소수의 목소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전 조직강화위원장의 의사 면허가 정지됐다.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들에게 상근부회장 대우의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물론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법원의 법리적인 해석을 바라고 있었는데 앞으로 예상될 사회적 혼란 때문이라며 기각 결정을 했다. 사회적 판단을 앞세운 부분은 안타깝다. 협회를 위해 일하다가 개인적 불이익을 당한 것은 협회에서 책임져야한다. 경제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많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보상이 있었으면 한다. 두 사람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며 가족에게도 죄송하다.
대의원회 내 젊은 의사 몫을 더 키워 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020년 정부 정책 반대 투쟁을 하면서 전공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개혁 TF도 생겼다. TF에서 대의원회 구조를 변형하도록 해 전공의 숫자가 한 명 더 늘었다. 각 지역에서도 전공의에게 배려하는 자리가 있다. 예전에 비하면 상당수 많은 전공의들이 대의원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의 현실적으로 많이 바쁘지만 나와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차기 회장이 당선돼 새 집행부가 꾸려지고 있다. 차기 집행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기 집행부에는 2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홍보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이야기하는데 홍보가 부족했다. 홍보이사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보에 예산도 많이 편성하고 인재를 영입했으면 한다.
이필수 집행부에서 정관을 바꾸면서 책임부회장제를 도입했지만 잘되지 않은 것 같다. 새 집행부는 회장이 모든 일을 다 할 수가 없으니 부회장에게 업무를 분할하고 책임을 맡기고 전권을 주면서 책임부회장제를 실현해 봤으면 한다.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대의원은 진정으로 회원 민의를 반영하는 조직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경청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토론 문화를 만들어서 품위 있는 대의원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당부한다. 모두들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협회는 힘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 당당히 일어서서 앞으로 뛰어나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의협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협회, 약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협회가 돼야 한다. 회원 권익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의협이 되길 바란다. 회원도 그런 의협 행보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많이 느꼈지만 의료현안이 있을 때 국민이 의료계를 보는 시각에 많은 괴리가 있고 왜곡돼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협조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