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의대정원 자율조정? "급조 증원 자백,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하라"
2024년, 한국 의료 몰락의 해 될까 "입시요강 마감 목전, 정원 동결 후 논의"
삼성서울병원 등 성균관의대 교수들이 배정한 의대정원을 정부가 도로 회수하는 이른바 '리콜' 조치를 촉구했다. 의대정원을 대학 총장 자율 조정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2000명 증원에 근거가 없단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무리한 증원으로 의료공백 사태를 야기해 혈세 5000억원을 썼다는 비판과 함께다.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을 아우르는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대학 총장들의 희망사항만으로 국가 중대 사안인 의대정원을 결정해도 좋다는 건 매우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동안 대학총장과 정부는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상세히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인 증원을 고수했는데, 이번 자율결정 허용을 통해 2000명 증원이 정부와 총장의 임기응변으로 급조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했다"고 지적했다.
전국 40개 의대정원 수요조사에 대해서도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각 대학 총장들의 비현실적인 증원 희망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에 투입한 세금과 건강보험재정에 대해서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에 진작 예산을 투입했다면 사회적 혼란 없이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의정협의체에서 정원을 논의하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상진료지원대책 연장에 따라 건강보험재정 1882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고, 이로써 총 3764억원 건강보험료 투입이 결정됐다"며 "현장 의료인력 보상과 대체인력 투입으로 활용한 예비비 1285억원까지 합치면 2개월간 5000억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쓴 셈"이라고 짚었다.
비대위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5년 7조 2000억원에서 2030년 13조 5000억원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라며 "의료인력수급은 의료계 전문가와 논의체를 구성해 의학 교육은 물론 초고령화 사회, 건강보험재정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2025학년도 입학 모집요강 확정 마감시한이 곧 도래한다며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 기구를 즉각 설치하고, 촉박한 일정상 (협의체에서) 확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정원은 당연히 동결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지난 21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밝힌 대정부 요구안 ▲전공의와 학생 복귀를 위한 2025학년도 입학정원 동결 ▲의료계와 입학정원을 과학적으로 산출하고 향후 의료인력수급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임을 환기시켰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대학병원 진료 차질과 의대 교육 중단은 필수의료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2024년이 한국 필수의료 몰락의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확대는 교육 환경을 세심히 살피고 확보한 후에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증원을 즉시 중지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현명한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