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상황 '피폐해진 전쟁터', 본인은 '전투병' 빗대
"정책 백지화가 재논의 조건…한국의료 심폐소생 할 것"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백지화를 정부와의 '원점 재논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강성' 기조의 의협 회장 출범을 코 앞에 둔 의료계가 강경 행보 의지를 갈수록 확고히 하는 양상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당선인은 28일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현 의료계 상황을 '피폐해진 전쟁터'에 비유했다. 본인은 전투병에 빗댔다. 강경 대응을 넘은 강경 전투를 예고한 것이다.

임현택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정부에 대국민·대의료계 사과를 촉구했다.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가 원점 재논의 시작의 조건임도 분명히 했다.

임 당선인은 "작금의 의료계 상황과 전국 14만 의사회원들이 마주한 의료현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전쟁터와 다름 없다. 응어리져 있는 분노는 화산의 용암처럼 폭발하기 일보 직전과 같다"고 격분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 잘못된 정책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의료를 망국으로 이끌 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선언한 대목에서는 대의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비롯된 의대생들의 수업거부,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 의대 교수들의 번아웃 상황 등을 하나씩 짚으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임 당선인은 "밤새 학업에 열중해야 할 의대생들이 이성을 잃은 정부 정책에 분노해 학교를 떠나 있다. 몸을 갈아 넣으며 환자를 보살펴 온 전공의들은 적폐세력으로 몰렸다. 온갖 어려움을 버텨온 의대 교수들은 환자 곁에서 멀어지도록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며 "현 사태는 정부의 권력남용으로 촉발된 의료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가 '의료 망국의 길로 내닫고 있다'고 진단, 의료계가 계속 인내한다면 한국의료계의 사망선고일은 그만큼 더 일찍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당선인은 "(정책 백지화만이) 대한민국의료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진정한 출발점"이라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의원들에 대해서는 "도와달라"며 단일대오 형성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대의원분들께서 임현택을 도와달라"며 "제42대 집행부는 3년 임기동안 14만 의사 회원들을 위해 처참한 상태의 한국의료를 목숨 바쳐 다시 살려 보겠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결연한 행동에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갖춰 우리가 다시 웃으며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는 그런 날을 만들 수 있도록 앞장 설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완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