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몸속 성호르몬 유사 역할 내분비계 질서 교란
비정상적 성장·신체변화…18세 미만 환자 5년새 80% 급증
'소아청소년 내분비교란물질 종합검사' 통해 노출 정도 파악 가능
최근 나이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성조숙증을 겪는 소아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성조숙증 환자'는 2018년 10만 1273명에서 2022년 17만 8585명으로 약 80%나 급증했다.
성조숙증은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한 성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발생한다. 최종 키가 작아지거나 또래와 다른 신체변화로 학교생활 적응이 힘들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환경호르몬은 성조숙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조숙증 예방·조기진단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환경호르몬 관리가 중요하고, 영유기때부터 환경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을 사전에 방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돼 생식기 발달 등 올바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다. 주로 만 8세 이전의 여아, 만 9세 이전의 남아에게서 2차 성징인 사춘기가 발생할 때를 말한다. 사상하부-뇌하수체-성선(난소 또는 고환)이 활성화되어 있으면 '잔성 성조숙증',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가성 성조숙증'이라 한다.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남아보다는 여아에게 흔히 발생하지만, 심각한 병적 원인을 가지는 경우는 남아가 더 많다.
성조숙증의 대표 증상으로는 남녀 모두에게 음모가 발달하거나 8세 미만의 여아에서 유방 몽우리가 잡히는 경우, 9세 미만 남아에서 음경이 커지거나, 고환이 어른 엄지 손톱 정도 크기(4㎖) 이상 커지는 경우 등이다.
또 나이에 비해 가파른 키 성장도 큰 문제로 꼽힌다. 이는 일시적으로 키가 증가해 또래에 비해 발육이 왕성하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지속해서 골 성숙이 빨라지다 보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신체 발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성인이 됐을 때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조숙증으로 나타나는 신체 변화는 개인마다 다양하기에 정기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등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성조숙증은 유전적 요인과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소아비만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그 중 '환경호르몬'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호르몬은 외부 환경에서 우리 몸속으로 흡수돼 체내 정상적인 호르몬의 생성과 작용을 방해하는 내분비교란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로, 우리 몸에 들어와 성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내분비계 질서를 망가트린다.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고농도 노출 시 선천성 성기 기형, 성 조숙, 내분비 관련 암 발생, 발달 장애, 지능저하 등을 유발한다. 환경호르몬은 치료가 어렵기에 조기 검사를 통한 회피 및 예방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호르몬은 아이들이 입는 옷, 가방, 학용품, 장난감을 비롯 영수증, 반찬 용기 등 일상 속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생활 중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는 ▲비스페놀 ▲파라벤 ▲트리클로산 ▲프탈레이트 등이 있다.
비스페놀은 성조숙증과 가장 관계가 높으며, 어린 시기에 노출될 경우 추후 불임이나 난임,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파라벤은 화장품 및 제약 제품의 방부제를 통해 노출되며 피부노화, 피부암 등을 일으킨다.
트리클로산은 치약, 비누 세제 등의 향균제 역할을 하는 물질로 폐암, 간암, 유방암 등의 발암물질로 변성 가능성 있으며, 신생아의 테스토스테론 농도와 관련이 있다는 논문 보고가 있다.
프탈레이트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과 코팅제에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아동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두뇌발달에 악역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에 따라 노출 빈도와 상관없이 적은 양에 노출되더라도 노출 효과가 극대화되며 발병 반응은 다르다. 특히, 여러 모자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또는 임신 중 또는 생애 초기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됐을 경우 여러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산모 또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게 관리하는 등 특히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 노출 정도에 대한 조기 확인을 위해 '소아청소년 내분비교란물질 종합검사'가 이뤄진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내분비계 특화 검사연구센터인 내분비물질분석센터(ESAC)를 운영하고 있으며, 간단한 소변 검체로 체내 17종 환경호르몬(비스페놀 4종, 파라벤 3종, 트리클로산 1종, 프탈레이트 9종)의 노출 여부를 진단한다.
이 검사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LC)와 질량분석기(MS)를 결합한 분석 기술인 LC-MS/MS 검사법으로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 검사 결과는 연령별 참고치가 적용돼 환경호르몬 노출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아이들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생활개선 프로그램도 제시한다.
조성은 내분비물질분석센터장(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소아청소년의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은 우리 일상 속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에 영유아 시기부터 환경호르몬 노출 정도를 파악해 노출 가능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산모이거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는 환경호르몬 검사를 통해 아이의 노출 정도를 미리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