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첩약급여 사업 확대 강행, 대상질환·기관 늘리고 비용 더 투입
임현택 당선인 "효과·안전 검증은 어디에…필수의료 살릴 생각 있나"
보건복지부가 한방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강행하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에 긴급히 재정을 투입해 소생시켜도 모자랄 상황인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건보재정을 대거 들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2단계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된 29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입장문을 내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불분명한 사업은 국민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진심으로 있는 것이냐"고도 했다.
2단계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2026년 12월까지 시행되며, 지난 1단계 시범사업보다도 확대된 기준으로 많은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행된 1단계 시범사업에서 추계 재정은 총 1161억원이었다. 2단계 시범사업 추계 재정은 연 647억원인데, 3년치로 보자면 1941억원이다.
기존 1단계에서 대상질환은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이었는데,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추가됐다. 뇌혈관질환 후유증은 65세 이상 환자에서 전 연령 환자로 대상이 확대됐다. 참여 기관 또한 한의원에서 한방병원, 한방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종합병원으로까지 대폭 늘었다.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1단계 시범사업의 추계 재정 대비 집행률은 3.9%에 불과해 성과가 미미했는데도, 정부는 대상 질환과 횟수가 부족했다며 도리어 확대했다"며 "시범사업 확대 논의는 국민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을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첩약 수가 중 심층변증방제기술료를 기존 3만 5500원에서 4만 5510원으로 28% 인상한 것을 두고 "독단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환자안전도 심각히 우려했다. 예컨대 대상질환 중 요추추간판탈출증은 환자가 수술 등 치료시기를 놓친다면 마비나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의료계에서 제안했던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 검증을 위한 협의체 운영도 없어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임현택 당선인은 "필수의료 고갈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과학적 근거조차 입증되지 않은 한방 살리기에만 혈안이 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유효성·안전성 검증도 없는 채로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첩약 2단계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