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부과 폐지·본인 확인 위한 전산 시스템 도입해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 성명
5월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진료 시 신분증 제출 및 확인 제도(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를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에 관한 홍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국민이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의 수많은 혼란은 오롯이 병·의원이 감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는 건강보험 부정 사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의료기관 진료에 앞서 건강보험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장애인등록증 등 신분증을 제출해 건강보험 급여 대상자라는 사실을 확인 받도록 규정한 제도다.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는 치료받아야할 환자의 진료권을 제한하고, 요양급여 대상자 확인이라는 보험자 및 국가의 의무를 요양기관에 부과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3년 2월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과 함께 직회부, 이렇다할 논의나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이송 과정을 거쳐 5월 19일 공포된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는 1년 유예 끝에 5월 2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법 시행 이후 환자의 신분증을 확인,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요양기관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한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법률은 행정과 사법에 의한 법 적용의 기준이 되므로, 명확한 용어 등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면서 "신분증 확인의 의무와 이에 따른 처벌만 제시했을 뿐 요양기관의 신분증 확인 방법과 입증에 대한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예외조항인 응급환자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범위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법 시행이 임박하자 지난 3월 7일, 세부 시행령과 6가지 예외 사유를 담은 건보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서는 과태료 부과 기준을 3차(1차 30만원, 2차 60만원, 3차 100만원)로 세부화했다.
6가지 예외 사유는 ▲19세 미만 사람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한 요양기관에서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다만,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입원진료를 받는 경우에는 입원진료 중인 기간 및 입원진료가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당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국 또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약제를 지급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6조에 따라 요양기관이 다른 요양기관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의뢰받거나, 가입자 및 피부양자를 회송받는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그 밖에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거동이 현저히 불편하여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거나, 요양급여 실시가 지체되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 요양기관에서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하기 곤란한 사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 등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개인의 신분 확인은 의료기관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 국가와 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의료기관에 멍에를 지우고 불법 수급자가 받아야 할 징벌인 과태료마저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헌법적이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태료 부과를 폐지하라"고 지적한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확인을 위한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국가가 보급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