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으로 시작한 의협의 수가협상 전략은? "공격적으로"

'불참'으로 시작한 의협의 수가협상 전략은? "공격적으로"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5.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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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상견례로 막 오른 수가협상…임현택 회장 불참 선택
지난해 의원 진료비 증가율 6% 수준 "전체 투입 재정 늘어야"

의료기관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 시작을 알리는 기관장 상견례가 열렸다. '의원' 유형을 대표해 협상에 나서는 대한의사협회는 이례적으로 상견례 불참을 통보하며 쉽지 않은 협상의 길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수가협상단을 꾸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전략 마련도 함께 하는 모습이다.

건강보험공단은 3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 계약 의약단체장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공급자 단체장과 건보공단 기관장이 만나 올 한 해 수가협상을 잘 해보자며 화합하는 자리다. 

건보공단은 3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 계약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의협 임현택 회장은 불참했다. ⓒ의협신문
건보공단은 3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 계약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의협 임현택 회장은 불참했다. ⓒ의협신문

이 자리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취임한 후 갖는 첫 대외 일정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쏠렸는데 임 회장은 '불참'을 선택했다. 

최성호 의협 부회장은 "상견례에서 잘해보자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수치가 나오는 수가협상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한편으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엄중한 현실 속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후보 시절부터 수가협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임현택 회장의 기조도 불참이라는 선택에 반영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임 회장은 의협 회장 선거때도 수가협상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왔다. 그는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개최한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의사 의견이 무시당하고 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이라서 문제가 많다"라며 "현 수가협상 시스템도 바꿔야 하고,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밴딩 안에서 공급자끼리 나눠 먹기 방식 등 예년과 같은 방식의 수가 협상으로는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공격적 협상 꾀하는 의협…협상단장에 최성호 부회장

최성호 의협 부회장이 수가협상단장을 맡고 최안나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이 팀을 이뤘다. 

의원 유형 수가협상을 이끌어갈 최성호 부회장은 의약분업 당시 의쟁투 활동을 통한 투쟁 경험, 동시에 2016년 내과의사회장을 맡으며 정부와 협의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 경험을 이번 수가협상에서 십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부회장은 "공격적으로 협상을 하되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객관적인 근거를 만들어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겠다"라며 "무조건 우기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도 의원에 더 줄 수밖에 없도록 철저히 근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에는 전년도 진료비 증가율이 주로 반영되는데, 단순히 수치만 놓고 봤을 때 2023년도 의원의 진료비 증가율이 병원, 약국 등 다른 유형보다 높지 않다는 게 의협 협상단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형별 요양급여비 증가율 ⓒ의협신문
종별 요양급여비 증가율 ⓒ의협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는 2023년 진료비통계지표(심사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의 요양급여비는 24조6496억원으로 전년도인 2022년 보다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병원급 급여비 증가율은 10.1%였다. 특히 병원급은 종별로 따로 떼어보면 상급종병 급여비는 25%나 급증했다. 반면 요양병원과 병원, 종병은 외래 급여비가 감소 추세였다. 이 밖에 치과 6.6%, 한의과 8,7%, 약국 9.1% 늘었다.

이런 결과는 곧 유형별 인상률 순위에 반영돼 의원이 가장 높은 수가 인상률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다만, 유형별 인상률 순위에 반영되는 통계에는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순위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순위 및 인상률 도출을 위한 연구에서도 SGR 모형을 비롯해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MEDI 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 모형 등 다양한 모형을 반영하는데, 그렇게 되면 하위권 순위에 위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의협 입장에서는 수가 인상에 투입될 재정 규모 확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게 된다. 이에 공급자 단체는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에 집중하고 있다. 

최 부회장도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이기 때문에 수가인상에 쓸 재정에 공간이 있다고 본다"라며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근거를 충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3일 열린 기관장 간담회에서도 수가인상에 투입할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치협 박태근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마경화 치협 보험부회장은 건보공단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마 부회장은 "밴드, 즉 추가 소요재정 설정에서 건보공단이 배려가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는) 고집스럽게 미래 재정을 너무 많이 걱정한다. 지나친 것은 아니지만 막혀 있는 작은 구멍은 수가협상을 통해 잔비를 내리게 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도 건보공단이 균형 있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작년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그동안 건보공단 예측이나 우려와 달리 계속된 흑자로 누적 준비금이 약 28조원에 이른다"라며 "올해 수가협상을 필수의료 인프라 등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적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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