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결정까진 정부 올스탑"의 의미? 승소 가망 보이나

法 "결정까진 정부 올스탑"의 의미? 승소 가망 보이나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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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중의 이례" 의대증원 결착날까…"재판부 구체적 판단 의지, 정부 강행 제동"
항고소송 주안점은 '과학적 근거 유무'…정부가 제때 제출할 수 있을까 '눈길'

ⓒ의협신문
ⓒ의협신문

원고적격 문제로 연이어 각하됐던 의대정원 행정소송에 이변이 생기자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승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법원이 정부에 구체적 회의자료를 제출케 하고 결정 전까지 행정절차 중지를 요구한 것을 두고, 법조계는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음은 물론 정부의 증원 추진 명분 또한 훼손될 것으로 봤다. 

지난 4월 30일 의대정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정부측에 2000명 증원과 배정 근거자료를 5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자료 제출 다음 주 중 법원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의대정원을 확정하거나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도 함께 요구했다.

법조계는 구두 집행정지나 다름없는 법원의 조치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이례성을 의료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원고적격으로 각하된 소송인데 심리를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부에 절차 중단을 요청한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또 "고등법원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한 만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실체적 내용의 검토나 판단이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판부가 해당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구체적으로 판단해 보겠다는 것은 신청인(의료계) 측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진석 변호사는 "교육권뿐 아니라 국민 보건권과도 연결되는 의대 증원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 수단의 적합성에서 문제가 발생해 비례원칙 위반으로 위법한 행정작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 또한 "법원의 요구는 지난 2개월간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라며 "오는 10일 정부가 무의미한 자료를 제출한다면 공공복리를 소명하지 못하므로, 법원은 집행정지 인용결정을 내려 의대 증원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희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법무법인 명재)는 "일반적으로 집행정지 신청이 들어와 있는 경우에는 후속조치를 강행하는 경우가 잘 없기에 재판부에서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잘 없다"며 "해당 사건은 정부가 이례적으로 후속 조치를 강행하려는 의사가 있기에 재판부에서 이 정도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워딩이 언론에 알려진대로라면 1심보다는 좀 더 나아진 상황으로 보이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요구가 100% 승소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법원의 심리 자체가 정부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조진석 변호사는 "최근 원고적격을 확대해 주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 재판부의 요구가 원고적격을 인정한 것이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설령 각하된다 하더라도 결정문에 2000명 증원, 배분, 배정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간다면 정부의 명분에 굉장히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또 해당 소송이 원고적격 인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험생이 유일하게 포함됐다는 점도 짚었다. 

6차례에 걸친 의료계의 의대정원 행정소송 중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각하됐는데, 각하 직후 즉시항고가 진행됐다. 그 중 유일하게 항고심이 열린 소송이 유일하게 수험생이 포함된 소송이기에, 이전보다는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사법부가 '월권'을 했다는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의 의견에는 "삼권분립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애초에 행정소송이 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접수된 것인데, 행정행위에 법적인 판단이 월권이란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사법부는 권리침해 영역에서 행정작용이 위법인지 심리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상 맡은 영역에 충실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병철 변호사도 "행정작용뿐 아니라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인 통치행위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는 이미 확립돼 있다"며 금융실명제 헌법재판소 판례와 남북정상회담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국민 기본권과 관련된다면 사법부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판시했고, 대법원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인 통치행위라도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는 설명이다. 

사법부가 정부의 의대 증원 행정행위를 심리하겠다며 자료를 기다리는 가운데, 정부가 실사자료와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을 10일 제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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