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2000명 늘면 카데바 얼마나 더? 연구해보니?

의대생 2000명 늘면 카데바 얼마나 더? 연구해보니?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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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MS, 40개 의대 해부학교실 현실과 미래 담은 논문 공개
전국 의대 해부학 교수 92명…한 명당 24.4명 학생 교육
2000명 늘면 교수 82명·카데바 270구 더 필요 계산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강행한다면 전국 의대에 해부학 교수가 약 82명, 카데바(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해부용 시신)가 270구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전국 의대에 있는 해부학 교수는 92명 수준인데 이마저도 30여명은 5년 안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부학 교수 한 명당 평균 24.4명의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span class='searchWord'>JKMS</span>는 해부학 교실의 역사와 현재, 2000명 정원 확대시 미래를 담은 논문을 공개했다. ⓒ의협신문
JKMS는 해부학 교실의 역사와 현재, 2000명 정원 확대시 미래를 담은 논문을 공개했다. ⓒ의협신문

김인범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와 주경민 성균관의대 해부학교실 교수팀은 우리나라 해부학 교육의 과거와 현재, 의사 정원 증원에 따른 미래를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에 발표했다. JKMS는 지난 3일 해당 논문을 공개했다. 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인범 교수와 주경민 교수는 대한해부학회 정책위원장과 총무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구진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해부학 강의와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 수, 해부학 교수 및 조교수 수, 카데바 관리 직원 수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의대는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 따라 3개의 그룹(서울, 경기도 및 인천, 수도권 이외 지방의대)으로 나눴다.

그 결과 해부학 수업을 듣는 학생 수는 공식적으로 의대정원인 3058명이지만 추가 등록, 재수강 등의 이유로 3246명이었다. 전체 정원보다도 약 200명이 더 많은 숫자다. 의과대학당 해부학 교수 수는 평균 4.5명이었다.

의과대학당 해부학 교수는 4.5명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에 있는 의대의 교육 환경이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A군에 속한 서울소재 8개 의과대학 중 해부학 강의(Gross Anatomy)와 실습을 담당하는 교수는 평균 5.3명으로 다른 그룹의 평균 3.3명 보다 많았다.

조교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전체 대학 평균은 한 명도 채 되지 않았고 A그룹 대학만 평균 2명 수준이었다. 

카데바는 매년 약 450구가 해부학 교육에 활용되고 있었다. 카데바 한 구당 학생은 7.4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5.1명인 미국 보다 교육 환경 열악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전국적으로 각 의대는 해부학 실습을 위해 평균 11구의 카데바를 사용한다. 다만 그룹 A에 속한 8개 의과대학 평균은 대학당 16.9구로 다른 그룹의 평균 9.5구 보다 높았다. 카데바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의과대학당 평균 1.3명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해부학 강의와 실습의 양은 대학 전반에 걸쳐 비교적 일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8개 의대 이외 의대에 있는 교수와 조교가 해부학 관련 교육 과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처리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해부학 교수 한 명당 담당 학생은 평균 24.4명 수준이었다. 서울 8개 대학은 20.9명, 그 외 지역 의대는 26명이었다. 교육자 1인당 학생 수가 13.3명 정도인 영국과도 비교되는 숫자다.

연구진은 "최근 몇 년 동안 해부학 강의와 실습을 수행할 수 있는 교수 모집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일부 대학은 강력한 연구 능력을 갖춘 다른 분야 전문가를 해부학 교수로 임명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신경해부학, 조직학, 발생학과 같은 해부학의 다른 하위 분야를 다루거나 실제 세션에 참여하지 않고 전체 해부학 강의를 하고 교과서 내용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악순환은 미래 해부학 교수가 되기를 열망하는 학생 유치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해부학 교육의 현재. (A)우리나라 학생 대 해부학 교수 비율 (B) 우리나라 학생 대 카데바 비율 ⓒ의협신문
한국의 해부학 교육의 현재. (A)우리나라 학생 대 해부학 교수 비율 (B) 우리나라 학생 대 카데바 비율 ⓒ의협신문

의대정원 2000명 확대, 해부학 교육의 미래는?

연구진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의대정원이 2000명 늘었을 때 추가적으로 필요한 교수와 카데바 숫자를 계산했다. 

결과를 보면, 의대정원이 500명이 늘면 약 20명의 해부학 교수와 68구의 카데바가 추가로 필요하다. 1000명으로 늘리면 41명의 교수와 135구의 카데바, 2000명으로 늘리면 약 82명의 교수와 270구의 카데바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전국 해부학 교수는 92명 수준이고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는 조교가 3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필요한 추가 해부학 교수 및 조교를 확보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진은 "학생수가 2000명 늘어난다면 전국 30명의 해부학 조교가 모두 교수로 승진하더라도 여전히 52명의 교수가 부족하고, 조교가 한 명도 남지 않는다"라며 "더 큰 문제는 현재 해부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 중 약 23명이 5년 안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도 A대학과 경상도 B대학은 각각 해부학교실 교수가 2명씩 있는데 모두 2년 안에 퇴직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해부학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강의실, 실험실, 멀티미디어 환경 같은 인프라가 필수인데 대부분 교육기관은 현재 학생 수에 맞는 인프라만 갖추고 있다"라며 "서남의대 폐교 후 입학률이 증가한 전라도 C대학은 늘어난 숫자에 맞춰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약 5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초의학 교육자와 전임의,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도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해부학 교육자 매칭 프로그램 ▲공인 해부학 교육자 자격증 ▲해부학 교육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고용 트랙 유지 ▲해부학 교육을 위한 카데바 확보 ▲인프라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각 기관은 어려운 상황에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부학 교육자의 가용성, 카데바 공급 및 인프라와 같은 측면에서 취약성과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라며 "의대생의 급격한 증가는 해부학 교육의 질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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