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국립대 교수들 "절차적 정당성 없다…헌법상 학문의 자유 수호할 것"
"무모한 포퓰리즘에 교육 병든다…교육 전문성·대학 자율성 침해 심각"
정부가 의대 증원에 따른 학칙 개정을 부결한 대학에 행정조치를 예고하자, 국립대학교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재조정을 촉구하며 시국선언에 나섰다. 정부가 의학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은 9일 "정부가 정책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조차 없이 대학 자율성을 계속해서 침해한다면, 모든 대학과 연대해 헌법 정신을 수호할 것을 선언한다"며 "의대 증원 목표치에 연연하지 말고 법원판결과 각 대학 결정을 존중해 정원을 추가 조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거국련은 강원대·경상국립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9개 주요 국립대 교수회의 연합회다.
이들은 의료사태 원인을 정부로 지목하며 "의료계의 전문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의대 증원에만 몰두해 의료와 교육시스템을 뒤흔들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의 자율성은 교육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정부가 이를 지켜주지 않고 포퓰리즘적 교육과 입시정책을 남발해 고등교육이 병들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에 증원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정부가 학칙 개정을 부결한 대학에 행정조치 등 엄포를 놓은 것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히 결여됐다고 성토했다.
국립대 교수들은 "법원의 요구로 인해 정책을 무모하게 추진했음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결정조차 무시하며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의료 개혁이 아무리 시급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의료계·교육계 전문성,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국련을 정부를 향해 "의대정원은 공신력 있는 의학교육평가기관에서 각 대학 인프라를 세밀히 분석하고 2025년 증원분과 상관없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의대증원만으로 필수의료 역량을 강화할 수는 없기에 인구감소와 지역소멸대책을 의료개혁과 병행해야 한다"며 "민관협의체를 통해 청소년 교육 및 입시제도를 개혁하고 특정 분야나 수도권 쏠림 현상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을 향해서도 "의대증원을 재정 확충이나 정원미달 해소의 방편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 거국련은 의료계에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하루빨리 복귀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