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어느날 갑자기 의사 2000명 발표한 게 아니다"
의료현안협의체 또 나왔지만…여기서도 '규모'는 깜깜이
도돌이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의료계와 1년 넘도록 다뤄왔다며 '의료현안협의체'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28차례에 거쳐 회의를 하며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다고 거듭 표현하고 있다. 의료계를 존중했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와는 별도로 협의체까지 만들어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들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의사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문제를 1년 넘도록 다뤄왔다"라며 "어느날 갑자기 의사 2000명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의료현안협의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1년 넘도록 의료개혁 관련 아젠다를 다룬 논의체는 해당 대한의사협회와 꾸린 논의체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다양한 의료계 단체가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것이 대화의 걸림돌이고 협의하는 데 매우 어려웠다"라며 "1년 넘게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 정부는 로드맵에 따라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현 상황에 대한 탓을 '의료계'로 돌렸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증원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공정한 보상체계와 지역의료 지원체계, 그리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은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는 논의를 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리고 1년 넘도록 28차례 만나며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살리기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 나아가 증원 규모에 대해 논의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지난해 6월 열린 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한 번 다뤄졌다. 이 때도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 인력 확충 방안 논의'에 대한 방향성만 확인했다. 이후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었지만 여기서도 구체적인 규모는 나오지 않았다.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했던 의협 관계자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기 때문에 원하는 증원 규모는 0명이었지만 정부가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니 어느정도 규모를 생각하고 있는지 정부에 수차례 물었다"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대답하지 않았고, 반대로 의협에 증원 규모 제출을 요구했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의협을 비롯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에 의대정원 증원 적정 규모를 묻는 공문을 일괄 발송해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가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 세 편의 평균치를 반영해 최종적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의견 수렴 결과 소비자 단체 등은 2000명에서 최대 6000명까지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의료계 입장으로 분류되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350명 증원안을 제출했지만 정부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했던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350명이라는숫자를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