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낸다더니 국민과 약속을 어겨?"…가장 중요한 실사자료엔 "헛웃음"
복지부 보도자료만 10건, 언론기사 2건, 증원 찬성 단체 성명만 6건
정부가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에 47건 자료를 제출했으나, 예고와는 다르게 배정위원회의 회의록뿐 아니라 명단까지 빠져 있었다. 재판부가 제출한 자료와 증원의 타당성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자료의 내용과 목록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47건 문건을 10일 저녁 제출했으나, 제출을 예고했던 배정위원 명단마저 누락됐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정원 배정위원회와 관련해 "자문기구에 불과하니 회의록 작성 의무는 없다. 다만 명단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익명으로라도 소속 또는 신분을 표기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의 의대정원 집행정지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겼다.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이라고 날세워 비판했다. "배정위 제1차회의에 참석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당한 충북도청 공무원 역시 제출된 자료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논의했다 주장하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와 관련해서는 모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로 갈음했다.
제출한 회의 자료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안건 및 회의록'과 '보건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결과'뿐이다. 회의체 4곳 중 2곳 자료만 반쪽짜리로 제출한 것이다.
증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 실사자료는 의학교육점검반 활동보고서에 포함됐다. 이병철 변호사는 아직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실사자료 내용이 부실하기 그지없어 웃음이 나온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의대 10곳 중 5곳은 현장조사가 "전혀 없었다"며 심지어 1곳은 '줌(zoom)'을 통한 온라인 비대면 조사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나머지 4곳은 교육전문인력 없이 보건복지부 직원 1~2명이 기존에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쳤다고 했다.
47건이나 되는 제출자료가 충실히 구성됐는지도 의문이 뒤따른다. 정부가 제출한 자료 목록을 보면 반절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측 보도자료와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단체 성명서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만 10건이 포함됐고, 언론기사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보도자료, 국무조정실 보도자료 등 정부측 보도자료 일색이다. 증원에 찬성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는 보건의료노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 등 5건이 포함됐다.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재판부가 내주 중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기에 늦어도 17일까지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한다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