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합병원협의회 의견 인용..."병원계, 2000명 상회하는 요구" 주장
출범 1년도 안된 병원장 모임, 의협·병협 어디도 속하지 않은 임의단체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조규홍 장관 현장 방문 병원, 특별한 인연 '주목'
정부가 의대증원 근거 자료 중 하나로 대한종합병원협의회의 '3000명 증원 요청'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당 단체는 지난해 8월 발족한 종합병원장들의 임의단체로, 의사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병원계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에도 속해 있지 않다. 의료계 내에서 어떤 대표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서울행정법원 항고심을 앞두고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의사 구인난 등으로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절감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낸 의견서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에 따르면 종합병원협회는 지난 1월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의견제시 요청에 "의대정원을 3000명(의대생 1500명씩 10년간, 의전원 100명씩 5년간, 해외의사 유입 500명씩 5년간) 증원해 5년간 총 1만 5000명의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정부는 "이는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2000명 증원 규모를 휠씬 상회하는 요구"라며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정부 결정보다 많은 의대증원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 2000명 증원은 무리한 결정이 아니라고 항변한 셈이다.
이는 곧 자격 논란으로 이어졌다. 중소병원협의회가 의료계 의견을 대표할만한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이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는 의사 중앙회인 대한의사협회와 병원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 두 곳이다. 이들 법정단체를 중심으로 각 직역·지역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단체들이 '산하단체'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의협 아래 각 시도의사회와 지부·분회가 존재하고, 직역대표로 개원의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과의사회, 병원의사들의 모임인 병원의사협의회,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공보의들의 모임인 대한공보의협의회 등이 산하단체로 거버넌스를 공유하는 방식.
병협의 경우에도 그 산하에 병원 특성별로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중소병원협의회 등을 산하단체로 두고 있다. 정부가 병원 대표격으로 거론한 종합병원협의회는 의협은 물론 병원계 공식 단체인 병협에도 속해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종합병원협의회는 창립 1년도 안된 신생 단체로, 종합병원장들의 모임이라는 것 외에 의료계 내에서도 그 구성이나 운영에 관한 사항이 알려지지 않았다. 공식 산하단체도 아니다보니 의협이나 병협 어디서도 누가 회원으로 참여하지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종합병원협의회는 지난해 8월 창립총회를 통해 '전국 종합병원들의 건강한 운영과 활동을 도모·지원한다'고 창립목표를 밝히고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필수의료 보강 ▲의료인력 확보 대책 강구 ▲무분별한 병상 과잉공급 통제 ▲긴급 재난 민간 의료시설 유지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 등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정영진 강남병원장은 당시 "종합병원에는 규제만 있고 혜택이 없다. 특히 의료 인력난으로 병상가동률이 50% 이하인 종합병원들이 많다. 하루하루 적자가 쌓여가는 형국"이라며 "종합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의 특별한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장방문에 나선 곳 중 하나가 정영진 회장이 원장으로 있는 강남병원이었다.
용인시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함께 강남병원을 방문해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료공백은 없는지, 시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이 없는지 살폈다한다.
당시 조 장관은 정영진 원장으로부터 종합병원의 애로사항을 듣고 "종합병원이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