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필수의료 아무도 안 하겠다"
지난 7일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의 당직을 동행취재 중,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이다. 그 다음은 "보건복지부 정책결정자도 대학병원에서 당직을 꼭 서 봐야 할 텐데" 였다.
대학병원 당직 중 잠은 온전한 잠이라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수면 시간이 적다는 문제만이 아니다.
환자 콜이 오면 달려가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눈을 붙여야 하는 의료진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동행당직은 너무도 긴 하룻밤이었다. 100개를 넘는 콜, 병동의 동관 끝부터 서관 끝까지 바삐 오가며 1만보를 넘는 걸음수, 밤사이 발생한 사망환자까지. 그러나 한 생명을 마음에 묻고도 애도할 겨를도 없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의업에 대한 경의와 함께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일'이란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과연 내가 의사라면 필수의료에 투신할 수 있었을까. 이 하룻밤이 일상인 곳에서 헌신할 수 있을까.
생명이 오가는 현장을 지켜온 시니어 교수들은 은퇴할 날이 머지않았고, 그 자리는 젊은 전공의·전문의들이 이어받아야 한다. 흔히 'MZ'라 칭하는 현 젊은 세대가 헌신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토록 중시하는 '워라밸'을 기꺼이 버릴 수 있을까.
의사 수를 늘리고 개원과 미용 시장을 통제하고 수익을 줄이면 필수의료로 '낙수'될 것이란 대전제가, 과연 워라밸이 가장 중요한 MZ세대에게 통할 것인가.
직접 당직을 서 보고 깨달은 것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떠나 필수의료는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사명감 없이는 누구도 못 하겠단 것이었다. 의대생 설문결과들을 보면 반수가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가 되길 꿈꾸고 있고, 수익이 아니라 자부심과 사명감을 와해시키는 여러 요인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보건을 책임지는 정책을 결정할 거라면 지역을 돌며 총장·병원장들과 간담회를 하기보다는, 지역 병원을 돌며 하루씩 당직을 서보는 것이 어떨까.
현장의 상황과 생명의 귀함을 담아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