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사태, 수가 협상에도 먹구름

의대증원 사태, 수가 협상에도 먹구름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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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대치 상황 정성적 변수로 등장…협상 통계에는 미반영 
28조원 육박 건보 재정 호재? 가입자-공급자 엇갈린 시선 

'수가'를 구성하는 한 축인 환산지수를 결정하기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분위기가 어둡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유례없는 상황이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바라보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6일 오후 건강보험공단과 1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의협 협상담으로는 최성호 부회장을 필두로 최안나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이 팀을 이뤘다.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14일 오후 환산지수 계약 관련 1차 회의를 가졌다. ⓒ의협신문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14일 오후 환산지수 계약 관련 1차 회의를 가졌다. ⓒ의협신문

의대정원 증원 정책, 수가 '협상'에서도 악재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일방적 정책은 수가협상에서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고, 이에따른 의료공백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명목으로 3월부터 18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두 달치만 해도 3600억원, 5월까지 더하면 5400억원에 이른다.

통상 내년도 환산지수 협상은 지난해 통계를 활용하는 만큼 올해 벌어지고 있는 돌발 상황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은 반영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공의 공백 상황은 보건의료 '재난'이라고 판단하고 각종 대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고 이를 마냥 '올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뒷전으로 할 수 없다는 게 가입자의 시선이다. 

윤석준 재정운영위원장은 14일 전문기자단과 만나 "재정소위에서도 전공의 공백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판단을 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했다"라며 "지난해 데이터를 협상에 사용하기 때문에 현 사태를 통계에 반영해 협상에 임할 일은 없지만 정성적인 부분은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사용할 '통계'에 현 상황을 반영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대치 기조를 수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상황의 체감적인 부분이 협상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 강행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고, 남아있는 교수들마저도 번아웃을 호소하며 사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함께 의료계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의 파면 요구,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차관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 고발 등의 강경책을 펼치면서 의-정 갈등은 깊어지고만 있다.

수가협상 참여 경험이 있는 대한의사협회 전 임원은 "정부를 향해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현 상황이 수가협상에서 불리한 요소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윤석준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의협신문
윤석준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 ⓒ의협신문

유례없는 건보재정 28조원 흑자, 수가협상 호재?

건강보험 재정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적립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9977억원이다. 이를 바라보는 공급자와 가입자의 시선은 정반대인 상황. 공급자는 28조에 달하는 흑자를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가입자는 재정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 건강보험료가 오르지 않으면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조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재정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 취임 첫해 건강보험료를 동결한 전례도 있다.

윤석준 위원장 역시 "1년에 100조에 육박하는 요양급여비를 지출하는 상황에서 300조원쯤 누적돼 있다면 흑자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그정도의 금액이 쌓여있지 않아서 흑자라는 점을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공급자 단체는 한목소리로 재정 흑자분으로 추가소요재정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정부는 고집스럽게 미래 재정을 너무 많이 걱정한다"라며 "지나친 것은 아니지만 막혀 있는 작은 구멍은 협상으로 잔비를 내리게 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을 이끄는 박영달 부회장도 건보재정 흑자가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진단하며 "경영 악화와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건의료인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같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오는 28일 3자 간담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것으로 마지막 협상 전 가입자과 공급자가 서로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들어있다.

윤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사회적 갈등의 요소가 있는 부분에서 협상을 통해 합목적적인 결론에 다다르는 경험이 안타깝게도 별로 없는 사회"라며 "합목적적인 논의와 토론의 경험이 반복돼 일정 시간이 지나 충분히 쌓이면 어느 순간에는 국민이 생각할 때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협상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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