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차 협상 모두발언 KMA TV 생중계…30분간 설전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 강공
'협상 전 과정 생중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절대 불가 및 단체별 순위 적용 배제'
본격적인 환산지수 협상에 돌입하는 16일, 협상장을 찾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이 세 가지를 건강보험공단에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더 이상 깜깜이 수가 책정은 안된다"라며 "국민,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협상 과정을 낱낱이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서 흔히 말하는 수가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의 곱으로 이뤄져 있다. 1년에 한 번씩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이 협상단을 꾸려 인상률을 논의하는 것은 '환산지수'다. 의료행위 상대가치점수 당 단가를 표현하는 말이다.
임현택 회장 취임 후 첫 협상에 나서는 의협은 시작부터 통상적인 관례를 깨부수며 '강경모드'를 선택했다. 지난 3일 기관장 상견례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1차 협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수가협상 전과정 생중계 등의 파격 제안을 했다.
16일 건보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1차 환산지수 협상에서도 의협 협상단의 파격 행보는 이어졌다. 협상장에는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최성호 부회장과, 최안나 총무 및 보험이사,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정책단장이 참석해 건보공단 협상단과 처음 만났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를 필두로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김문수 보험급여실장, 권의경 수가계약부장이 참여한다.
통상 1차 협상은 첫 만남인 만큼 협상단이 사진을 남기고 각 협상단장의 모두발언 이후 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어 이뤄진다. 의협 협상단은 1차 협상에서 생중계를 요청했고, 건보공단은 이에 불응하며 30분 가까이 설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은 모두 의협 유튜브 채널인 'KMA TV'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양측은 설전 끝에 10분 동안 정회, 첫 만남인 만큼 '일단' 대화를 해 나가기로 결정, 비공개로 30분을 더 이야기했다.
최성호 단장은 "애초부터 원가의 50% 수준으로 시작한 후 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고수한 정부가 수가 정상화는 커녕 일부 유형 수가를 동결해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에 투입해 현행 수가체계를 더욱 기형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며 "그동안 실제 수가협상의 한계점과 걸림돌로 작용했던 건보공단의 연구결과에 따른 단체별 순위 적용도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국민 혈세로 마련된 보험료와 진료비로 직결되는 수가협상은 법정 회의체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인 바 협상 일련의 과정을 생중계, 언론 취재 허용 등 낱낱이 공개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라며 23일 예정된 2차 회의 때 이같은 조건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최안나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도 "지난해 수가 인상률이 1.6%였다"라며 "물가상승률이 5%를 넘었는데 수가를 1.6%만 올리면 의원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어떻게 수가를 정하면 이렇게 되는지 모든 과정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적정수가 없이 양질의 의료는 없다"라며 "우리나라 국민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이를 책임져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공급자 단체를 우롱하는 하나마나한 협상으로 오늘날 의료 왜곡이 생긴 것이다. 불합리한 수가협상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 이번에 얼마의 재정을 쓸건지 먼저 밝히고 수가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협상단은 오전부터 의협의 제안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생중계는 "할 수 없다"는 입장장을 보였다.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상 수가협상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기 때문에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라며 "공개 시에는 원활한 수가계약 업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고, 특히 협상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가협상 이후 수가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논쟁의 장은 언제든지 공개의 장에서 토론할 수 있다"라며 "가급적이면 열린 길을 갖고 신뢰와 존중을 해가면서 소통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