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 '진행성 가족성 담즙 정체증'(PFIC) 집중 진단
간에 담즙 축적되는 유전적 장애…신생아·유아에 특히 공격적 희귀질환
관리 안 되면 간 손상·간 이식 초래…"조기진단·치료 통해 증상 개선 가능"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 정체증'(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PFIC)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는 희귀 간질환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질환을 관리하고 진행을 늦추며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최근 열린 유럽소아소화기영양학회(ESPGHAN) 총회(5월 15∼18일·이탈리아 밀라노)는 PFIC 질환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진단·관리를 위한 기준을 공유하고 질환 개선을 위한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PFIC은 간에 담즙이 축적되는 유전적 장애로서 신생아와 유아에게 특히 공격적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PFIC을 치료하지 않으면 말기 간부전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간 이식이 필요하게 된다. 견딜 수 없는 가려움인 소양증은 PFIC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심한 경우 영구적 피부 훼손, 수면 부족, 짜증, 주의력 저하, 학습 부진 등을 초래하게 된다.
PFIC은 관리하지 않으면 간 손상으로 이어지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관리가 필수적이다.
주세페 인돌피 이탈리아 안나마이어어린이대학병원 교수(소아 간 질환 전문)는 "여러 수치상으로 PFIC 어린이 환자들이 더 나쁜 예후를 보일 수 있지만,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조기 관리가 이뤄진다면 장기간 질환 경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SPGHAN에 참석한 간 전문가들은 황달, 심한 가려움, 성장 부진, 과민증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모든 어린이에게 PFIC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진단이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질환의 증상개선과 진행을 늦추는 데 중점을 두고 간 이식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PFIC은 대체로 소아 희귀 간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성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PFIC의 한 형태로서 나타나는 증상이 간을 통한 담즙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질환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담즙 정체 상태를 관찰할 때 PFIC 가능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PFIC 조기발견을 위한 부모 역할의 중요성도 짚었다.
에버하르트 루르츠 박사(독일 LMU 뮌헨대학병원 폰하우너어린이병원 교수)는 "PFIC과 같은 희귀질환의 진단 과정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부모들은 이미 어린 아이들이 무언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 황달일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이 극심한 가려움을 시달리고 심하게 짜증을 낸다는 것, 또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것, 다른 아이들처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미리 매우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일단 제대로 진단받게 되면 의료진으로부터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접하게 되고, 또 치료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도 어려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이의 질환이 무엇인지, 아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하나하나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을 효과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주세페 인돌피 교수는 "여러 수치상으로 PFIC 어린이 환자들이 더 나쁜 예후를 보일 수 있지만,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그리고 조기 관리가 이뤄진다면 장기간에 걸쳐 질환 경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의 주의도 당부했다.
에버하르트 루르츠 박사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담즙 정체성 간 질환에 대해, 황달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생후 14일 이상의 신생아에게서 황달이나 흰색 변을 보는 아이가 있다면 담즙 정체성 간 질환의 진단을 위해 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라면서 "ESPGHAN, 유럽소아소화기학회에서 제공하는 매우 좋은 지침이 있다. 이 지침에 따라 담즙 정체성 간 질환을 조기에 진단한다면 환자의 동반 질환이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결국 간 이식을 예방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헤수스 퀸테로 베르나베우 박사(스페인 발드헤브론대학병원 소아간이식과)는 "PFIC 치료에 있어서 우리는 임상 증상 가운데 주로 소양증을 개선해야 하지만, 아이의 성장 및 삶의 질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특히 담도산 수치 개선도 중요한데, 질환으로 인해 간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바꿀 수 있고, 간의 섬유화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간의 섬유화를 늦출 수 있다면, 간 이식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