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 환자 위주 비대면진료, 대면 보다 소홀한 게 현실" 토로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은 행정지침…건보법 규제 적용 검토해 봐야"
환자 본인확인 '의무' 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비대면진료 영역에서는 본인 확인이 제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가 '시범사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 역시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본인확인 의무 위반 시 규제책을 일방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역시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본인확인을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 벌칙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본인확인 강화 제도가 20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위반 시 과태료까지 부과되는 '의무' 제도인 만큼, 제도 시행 첫날 신분증을 확인하려는 의료기관과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 사이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8월 20일까지 3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갖고 제도 위반 시 과태료 등의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임상 현장 혼란 속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비대면진료'는 환자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에서 또 다른 화두로 등장했다.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신분확인은 진료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비대면진료 시 환자 신분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신분확인 방법은 '예시'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환자 본인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을 활용해 화상전화로 얼굴 대조, 진료 전 신분확인 가능서류를 의료기관에 팩스·이메일·보호자 방문 등의 방법으로 제출 등의 방식이다.
정부는 환자 본인확인 의무화에 따라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에 신분확인 예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의료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약 시 전자서명이나 본인확인서비스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환자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진료를 받을 때 패스(PASS) 등 본인 간편인증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문제는 시범사업인데다 신분확인 관련 지침도 예시 형태로 돼 있고, 재진 환자 위주로 비대면진료를 하다 보니 임상현장에서 환자 신분확인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게 현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가 지난해 6월 시범사업으로 전환, 재진 및 의원급에만 제한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종별, 초재진 구분 없이 전면 확대한 상황이다.
서울 B외과 원장은 "재진 환자 위주로 비대면진료를 하고 있으며 하루 실시 건수도 몇건 없다 보니 신분 확인을 뒷전으로 하는 게 사실"이라며 "언제 왔다 가셨죠라는 질문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데 제도 시행을 기점으로 재진 환자 신분도 다시 확인해야 하니 환자도, 의료기관도 불편함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신분확인을 소홀히 하더라도 별다른 규제책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신분확인을 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 부과 등은 별도로 검토해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설명자료를 통해 "비대면진료에서 본인확인 방법은 화상진료의 경우 환자 본인 사진이 들어있는 신분증을 활용하고, 전화진료는 신분확인 가능 서류를 의료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라면서도 "비대면진료는 보건복지부 행정지침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요양기관 본인확인 제도와 관계없이 정부 지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본인확인을 거쳐야 한다"라며 "화상 진료가 원칙이기 때문에 진료 전 신분증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비대면진료를 제도화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법상 규제와 관련된 부분을 적용하는 문제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