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기점, 개정 작업 재가동
충북대·강원대도 21일 가결…저지 '고군분투'는 지속
대학들이 의대 증원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개정 작업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각하·기각' 결정을 기점으로, 다시 재개되는 모양새다.
가장 처음으로 학칙 개정 부결을 내놨던 부산대가 재심의 끝 다시 개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2·3번째로 부결을 결정한 제주대와 경북대 역시 오는 23일 학칙 개정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21일 교무회의에서 재심의 끝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산대는 최초로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부결, 전국적 학칙 부결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개정안 가결에 따라, 부산대는 내년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125명에서 163명으로 확정했다. 당초 정부가 배정했던 증원 인원인 75명에서 50%를 자율감축한 것이다. 최종 증원 인원은 38명이 됐다.
부산의대생들은 20일 성명을 통해 지난 의대 증원 학칙 개정 부결이 많은 학교에 귀감이 되었음을 짚으며 교무위원들에 끝까지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법원 결정에서 의대생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되는 피해 당사자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무위원들의 올바른 결단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가 시작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각 대학 의대생·전공의·교수들은 개정 관련 심의가 열린 회의장 앞 시위를 이어가는 등 끝까지 증원 저지를 위해 애썼다.
충북대 의대생·전공의·교수들은 21일 의대 증원 규모를 반영한 학칙개정안을 심의하는 교무회외장 앞에서 증원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충북대는 가장 큰 폭의 의대 증원 규모를 배정, 관심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이 논의될 때마다 회의장 앞에 모였다. 증원 저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 것이다.
충북대는 교무회의에서 교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후, 총장 주재로 학칙을 가결했다. 충북대 최종 학칙 개정까지는 대학평의회만이 남은 상태다.
학칙에서는 기존 49명 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반영했다. 2025년도에 한해선 기존 증원분의 50%를 반영한 125명을 모집키로 했다.
의대 증원 학칙 개정에 '보류' 입장을 밝혔던 강원대도 21일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91명으로 늘리게 됐다.
강원의대생과 의대 교수들도 학칙 개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강원의대생들은 21일 호소문을 통해 "강원대는 의학교육을 위해 교육 시설 증축 및 병원 개선이 준비 돼 있어서 증원을 하는것인가? 정부의 외압으로 인해 마지못해 증원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원대 의과대학이 증원 인원을 교육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 미래의 훌륭한 의료인으로서 강원대를 빛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상국립대 역시 21일 학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남은 단계는 교수대의원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 절차를 모두 마칠 경우, 입학 정원은 기존 76명에서 13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학칙 개정은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교무회의, 교수회나 대학평의회 등을 거쳐 총장이 최종 발표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30일 의대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1일 브리핑에서 "5월 30일에 증원된 인원을 공식 발표하고 개별 대학이 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되면 입시 정책으로 확정되는 것"이라며 "입시생들에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와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변경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학이 학칙 개정을 중단·부결할 경우에 대해서는 "교육부 장관은 시정명령이나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재심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학칙 개정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입학정원이 늘어난 32개 의대 가운데 20일까지 학칙 개정을 마친 대학은 16곳이다. 아직 최종 공포까지 이뤄지지 않은 곳 역시 16곳이다.
부산대에 이어 학칙 개정을 부결했던 경북대는 교수회에서, 제주대는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오는 23일 학칙 개정을 재심의한다.
연세대 원주의대는 다음 달 3일 학칙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천향대도 다음 달 예정됐던 규칙 제·개정 심의위원회 개최를 이달로 당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