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전공의 공백 메우기 재정 투입 비판 시선 경계
"코로나 때와 상황 다르다…선지급 대상 엄격히 선정할 것"
정부가 다음 달부터 전공의 공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요양급여비를 '선지급' 한다. 말 그대로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한다는 것인데, 그 규모만도 한 곳당 월 최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22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전공의 공백으로 발생한 경영난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이달 중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안내할 것"이라며 "선지급 신청을 한다고 무조건 지급하는 게 아니라 수입이 줄었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했을 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선지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수련병원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정이다.
건강보험 선지급은 각 의료기관에 전년 동월 급여비의 일정 규모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제도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환자 감소 등으로 재정적 부담을 겪는 의료기관을 지원한 바 있다.
선지급 대상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중 ▲3~4월 의료수입 급감으로 인건비 지급 등 병원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했고 ▲필수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금융기관 자금 차입 등 자체 해결 노력을 하고 있으며 ▲외래 입원 등 중증환자 진료를 축소하지 않고 지속 유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공백 이후 수련병원의 진료량 및 급여비 추이 등을 모니터링해 지난해 같은 기간 받았던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내년 1분기부터 각 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에서 균등하게 상계하는 방식으로 정산할 예정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빅5 병원 기준 3개월치 요양급여비는 병원 한 곳당 약 9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30%만 지급한다고 270억원 수준이다. 빅5가 아닌 상급종합병원들의 요양급여비는 400억~500억원 정도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매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고 있고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예비비 1285억원의 국가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나아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중대본 회의에서 2차 예비비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전공의 공백으로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해 7000억원에 달하는 건보재정과 국고를 사용한 셈이다. 해당 지출은 앞으로 늘면 더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는 부분이다.
이처럼 정부가 전공의 공백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경영난 보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현실에 비판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민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쓰고 있다"라며 "뒷감당은 국민의 몫인가. 정부는 자구 노력이 없는 병원에 건보 재정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비판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이번 선지급 결정이 이 코로나 때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 국장은 "선지급은 어차피 급여비료 청구할 비용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지만 무이자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비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 때는 정부가 먼저 경영난을 겪는 의료기관에 선지급을 제안했지만 현재 의료인력 공백 문제는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지급 신청을 한다고 무조건 지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3년 결산 자료가 이달 말에 나오는데 이를 반영해 지난해보다 수입이 실제로 줄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