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전공의가 대통령실 찾아간 절절한 사연

응급실 전공의가 대통령실 찾아간 절절한 사연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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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안전도 보상도 없고 힘들기만 한 응급실 택한 이유, 정부가 부정했다"
"해결 실마리는 현장 이해에서 시작…원점재논의는 무조건 반대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

ⓒ의협신문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응급실 의사 54명이 직접 쓴 책과 서신을 22일 대통령실 민원실에 전달했다. 사진 가운데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양쪽은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사직서를 낸 지 3개월이 다 돼가는 응급의학 전공의들이 고군분투하는 응급실의 이야기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했다.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일해왔던 젊은 의사들의 현실을 헤아린 정책이 시행되는 것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소망이라고 했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응급실 의사 54명은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 집필한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을 22일 대통령실 민원실에 전달했다. 정치적 의미나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그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함께 첨부한 서한에는 "평소 응급실에서 환자만을 생각하며 일하던 전공의들의 삶을 담았다. 꼭 읽어주시고 현장에 귀 기울여 주시라"는 호소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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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 사직 전공의(응급의학과 2년차)가 응급실 수련 과정을 돌이키며 눈물을 참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직접 집필에 참여한 전호 사직 전공의(응급의학과 2년차)는 응급의학 의사의 일상과 더불어, 한 생명을 안타깝게 떠나보낼 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책에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응급실 의사로서 다음 환자를 봐야만 하는 심정도 함께 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호 사직 전공의는 사직서를 쓰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응급실 현장에서 이제까지 열심히 익혀왔는데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끝내 사직밖에 없어 서러웠다는 것이다. 

김찬규 사직 전공의(응급의학과 3년차)는 매일 응급실에서 화를 내던 환자가 마지막 순간 손을 잡아주며 사과를 하던, 그 순간 응급의학 의사로서 느꼈던 깨달음에 대해 썼다.

그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당연히 더 좋은 보상이 보장되고 더 안전한 일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을 택한 이유는 힘든 일인 걸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사명감과 자부심 때문이었다"며 "사명감으로 택하는 필수의료를 떠밀려서 선택하는 낙수과로 만들겠다는 정부가 의사로서 긍지를 모두 부정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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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규 사직전공의(응급의학과 3년차)는 힘든 필수의료 현장을 택한 전공의들의 사정과 마음을 정부가 헤아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이들은 전공의들이 단체파업이 아닌 개별사직을 한 것이기에 세부적인 생각은 개인마다 다르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정책을 이행하는 것은 공통된 요구라고 전했다. '원점재논의'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전호 사직전공의는 "원점재논의는 정부를 향한 반기도 아집도 아니고 조건 없는 반대도 아니다"라며 "그저 모든 협상에는 중간지점이 있듯, 중립적인 입장에서 만나 서로 최선책을 얘기해 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금도 무너지는 의료를 10년 뒤 인력으로 메꾸겠다며, 명확한 원칙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근거가 없는 주먹구구식 개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제발 저희가 환자를 살리는 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찬규 사직 전공의는 개인의 생각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장의 전공의들이 힘든 일이란 걸 알면서도 필수의료를 택한 마음과 현장의 현실을 정부가 이해하고 인정해 준다면, (전공의와 정부가) 서로 귀를 기울이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정작 필수의료 의사들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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