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과의사회 "의료법 시행령, 건강보험공단에 사찰권 부여" 비판
"기본권 침해하는 과도한 행정·사법 제재 '필수의료 붕괴' 결정타"
대한일반과의사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료기관 실태조사와 검사 등의 업무를 위탁하려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반과의사회는 23일 "행정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건강보험공단에 초법적인 사찰권을 부여하여 '나올 때까지 터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괴롭힐 수 있는 또 다른 현지확인 제도인 이번 개정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업무, 검사 업무 등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2024년 4월 24일∼2024년 6월 3일)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지난 수 년 간 건보공단이 불법의료기관 단속을 빌미로 민간 의료기관들을 사찰하겠다는 이른바 특별사법경찰 제도 입법이 번번이 좌절되자, 이런 식으로라도 의료기관들을 압박하겠다는 잔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건보공단은 현재도 '요양기관 현지확인'을 통해 의료기관에 엄청난 부담과 고통을 주고 있다"고 밝힌 일반과의사회는 "더욱이 몇 년 전에는 건보공단의 강압적인 현지확인에 시달리던 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안타까운 일도 있다"면서 "건보공단의 무차별적, 강압적인 현지확인을 개선하고 않아 진료 현장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지적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이런 식으로 건보공단에 사찰권을 부여한다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면서 "민간 의료기관의 진료를 위축시켜 결국 국민 건강에도 위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불법의료기관 단속은 사법권을 지닌 공무원에 의해 피조사인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이나 행정 기관이 아닌 건보공단에 단속 권한을 위탁하려는 시행령의 문제점을 짚은 일반과의사회는 "의료법 시행령 개악은 그렇지 않아도 점점 고사하고 있는 일차의료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무장병원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의사회 경유를 통해 걸러내는 방식도 제안했다.
일반과의사회는 "필수의료가 붕괴된 이유는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의료수가뿐만 아니라, 의사에 대한 과도한 행정사법적인 제재가 결정타"라면서 정부와 국회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 법령의 문제점을 상기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