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협상 키 쥐고 있는 회의체 "알 권리 충족해야"
현실은 불투명…건보공단 "자유로운 의견 개진 제한" 난색
2008년 이후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유형별 환산지수 협상이 약 20년 만에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다. 대한의사협회가 알 권리를 앞세워 환산지수 협상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주장, '생중계'라는 형태로 실행에까지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수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한 축인 환산지수는 '협상'의 형태로 정해지는데 2008년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후 회의 과정이 움직이는 영상 형태로 나간 것은 처음이다.
임현택 회장은 이달 초 임기를 시작하며 수가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절대 불가 및 공급자 단체별 순위 적용 철폐, 협상 과정 생중계를 제시했다. 지난 23일까지 이뤄진 1차와 2차 협상 중 일부를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인 KMA TV에서 생중계하며 건보공단 수가협상단뿐만 아니라 모니터 너머 회원과 국민에게까지 의료계 현실을 전달했다.
이같은 생중계 움직임은 28일 예정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재정소위)와 공급자단체 사이 간담회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 일명 밴드 등 협상과 관련된 주요 내용들을 결정하는 논의체가 재정운영위원회(재정위)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재정위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중심으로 이뤄진 단체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공익 대표로 구성한다. 재정위는 환산지수 협상 기한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 '소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밴드 설정을 위한 시동을 건다. 재정소위는 건강보험공단이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참고해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가 돼서야 밴딩 규모를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 협상단에 처음 공개하는 게 관례였다.
의협은 공급자 단체끼리 정해진 재정 안에서 눈치싸움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투입 재정 규모를 '미리' 공개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밴드의 선공개 및 규모 확대는 의협 외 공급자 단체가 모두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급자 단체는 아예 재정위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 목소리다.
수가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는 "환산지수 협상은 의료농단 사태와 더불어 의사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의료개혁을 말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수가협상도 개혁해야 한다. 예년과 다를 바 없는 협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재정소위에 공급자 단체가 들어가지도 못하고 마지막날 나온 숫자만 듣고 밤을 새가면서 협상을 할 게 아니라 얼마의 재정을 쓸 것인지 제발 미리 알려달라"라며 "공급자 단체로서 재정소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의원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단장을 참여했던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공급자 단체가 연대해 재정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밴드가 결정된 상황에서 들어가는 협상은 의미 없다"라고 일축하며 재정위에 공급자 단체 필참을 협상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찌감치 더한 바 있다.
의협은 이같은 과정이 모두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차 협상부터 합류한 하지현 법제이사는 "수가협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들인 국민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 자체를 이해하고 협상 자체의 정보를 얻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협상 과정이나 내용들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 알권리가 충족되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협과 건보공단의 협상이 아닌 재정소위 자체를 '생중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건보공단이 생중계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다른 공급자단체 및 가입자도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요양급여비용 계약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건보공단 이사장과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 협상을 통해 내년도 환산지수를 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라며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안으로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고 공개하면 협상 당사자 사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제한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