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가협상 선결 조건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폐'
보건복지부, 2차 건보종합계획에 넣고 올해 추진 의지
"환산지수 1% 올라도 체감 못해…불균형 분야에 더 투자"
협상으로 정하는 '환산지수'를 놓고 협상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이 대립하고 있다. 의협은 협상 선결 조건으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폐를 제시했지만 건보공단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와 함께 수가를 구성하는 한 축인데, 상대가치점수가 의료행위에 드는 업무량, 자원양 등을 반영해 '점수'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 당 단가다. 이 둘의 곱으로 '수가'가 만들어진다.
환산지수는 건보공단과 6개 유형의 공급자 단체가 협상을 통해 인상률을 정하고 계약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협상 과정에서 재정운영위원회가 개입하는데 해당 위원회는 환산지수 협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 등을 설정한다. 이는 20년 넘도록 이어져 오는 방식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도 자리 잡고 있다.
상대가치점수는 '재정중립'을 전제로 의료행위의 과소 보상 영역과 과보상 영역 사이를 정비해 균형성을 맞추면서 의료행위 가치를 평가해 점수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진료과목별 학회와 의사회 등이 관여하는가 하면 보건복지부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을 두고 점수 조정에 관여하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수가를 책정하는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정부가 원칙을 깨는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행위별로 환산지수 인상률을 달리하는 방안을 꺼냈다. 원가보상률이 100% 넘는 검체, 기능, 영상 검사 분야 환산지수 인상률을 동결하는 안을 제시한 것.
모양새는 지난해 유형별 수가협상 후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결의에 따른 결과다. 당시 재정위는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환산지수 쪼개기 안을 제시한 것.
의협을 포함한 공급자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협상 결렬에 따라 당장 올해 환산지수 인상률에 반영이 예고됐던 의협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고 보건복지부의 환산지수 쪼개기 시도는 불발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환산지수 쪼개기는 올해 다시 등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아예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행위별로 환산지수 인상률에 차이를 두겠다는 방안을 포함시켰고, 나아가 올해 적용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도 "건보 종합계획은 사실상 수가협상 추진의 가이드 역할이 될 것"이라고 한 상황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환산지수는 계약을 통해서 인상률을 결정하는 '유형별' 단가이기 때문에 이를 세분화 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최성호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원가의 50% 수준으로 시작된 체계에서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정부가 고수하고 있다"라며 "수가 정상화는 커녕 일부 행위 유형 숫자를 동결해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에 투입해 현행 수가 체제를 더욱 기형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공급자 단체 임원도 "건정심 산하에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이 있고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상대가치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그만큼 상대가치점수 조정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상대가치점수는 보다 전문적으로 조절할 문제인데 협상을 통해 계약한 내용과 연결짓는 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의적 배분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뜻이 아무리 선하더라도 건보공단은 재정관리,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 공급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한이 있는데 이같은 기본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환산지수 연구 결과 마이너스 인상률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체감'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환산지수 계약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라며 "1%라고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은 몇천억인데 환산지수가 1% 올랐든 2% 올랐든 정치적 수사지 병의원의 체감은 크지 않다. 그냥 몇원 오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들어가는 재정은 전체가 조단위, 의원과 병원만 놓고 보면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데 체감이 안된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불균형이 심한 데 재정을 더 주는 게 체감이 더 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건보공단이 진행하는 환산지수 연구를 보면 마이너스 인상률 결과가 나오는데 협상을 통해 무조건 인상의 결론만 나오고 있다. 이부분은 가입자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라며 "돈을 투자해 연구는 연구대로 하고 결과를 실제 협상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다 상대가치점수 조정으로 필수의료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대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