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특위 위원장 맡을 결심? 비과학과의 싸움 위해"
비과학적 한의계 행태·부작용 집대성 '우선 과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제37대)이 의협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한방대책특별위원장으로서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지난 21일부터 한특위 위원장 임기를 시작했다. 그의 행보는 늘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전 의협회장'이 의협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것은 이례적인 일.
또 다른 '이례적' 행보를 만든 노환규 신임 위원장은 한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의료 문제가 비과학과의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농단 사건 역시 비과학과의 싸움이라고 본다"고도 짚었다.
의료계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해 왔다. '비과학적'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과학적' 결정이라는 말만 반복한뿐 구체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2000명 결정 근거의 부족, 비과학성은 사법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고등법원은 4월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2000명의 근거와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회의록이 '있다·없다'는 입장을 몇 번이나 번복한 뒤, 최종적으로 회의록 대신이라며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냈다. 유일하게 2000명이 언급된 곳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보도자료. 이마저도 회의 두 시간 전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환규 위원장은 "의사 추계는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는 계속 과학적인 근거가 바탕이 됐다고 주장했다. 과학이 아닌 정치라는 비과학으로 덮어버린 셈이다. 결국 사태는 비과학과의 싸움이 됐다"고 비판했다.
의학 영역에서도 '비과학' 떨쳐내기는 주요한 과제라고 봤다.
노 위원장은 "정부는 의학 영역에서 비과학적인 부분을 떨쳐내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치료 효과성·안전성·경제성 등이 입증이 안 된 부분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세게 얘기하면 정부가 나서서 사기 면허를 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한방 산삼약침' 역시 정부가 아닌 의료계가 가장 먼저 문제를 짚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엔 '산삼약침'으로 암을 고친다며 수 많은 암 환자들의 돈을 갈취한 한의사가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에 내린 1년 6개월 징역형과 벌금 1500만원을 확정했다. 해당 한의사는 폐암·대장암 등 환자들에 약침을 투여, 수천만원의 약침 시술료·처치료를 챙겼다.
한의사 초음파와 관련한 개인적 경험도 소개했다.
노 위원장은 "5년 전 초음파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분께 직접 들은 얘기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 초음파 의료기기를 지원해달라고 해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강사는 초음파 기능 중 '도플러'를 소개하고 있었다고 한다. 도플러 초음파는 주로 혈관의 좁아진 정도를 평가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대개 혈류의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로 작동한다. 탐촉자가 혈류 가까이 오면 빨갛게 보이고, 멀어져 가면 파랗게 보이게 된다.
노 위원장은 "세미나 중 어느 한의사가 내용이 어렵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강사가 '빨간 건 열이 있어서, 파란 건 냉하다고 얘기하면 문제 없다'고 하더란다"며 "유통업자분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현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특위 위원장으로서 우선 과제로는, 한의계의 비과학적 행태와 이로 인한 부작용 집대성을 꼽았다.
노 위원장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의계의 의사 흉내 중 하나"라며 "의료계와 한의계는 학문적 기저가 전혀 다르다. 한의계가 일부 커리큘럼을 배운다고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과학적 부분에 대한 실체를 알리는 일에 우선 무게를 둘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