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힘든 거 알고도 스스로 택해…이들의 절망을 알아 달라"
"사직은 의업을 계속 하고 싶다는 목소리, 억지 욱여넣기론 안돼"
교수는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데 전공의는 환자를 떠났다는 비판에, 필수의료과 교수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직한 전공의들 역시 힘든 필수의료 환경을 알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좋은 의사'이며, 그들의 사직은 선택한 의업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호소란 것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장은 전공의들의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공의가 떠난 환자들을 교수님들이 지키고 계신데, 전공의 선생님들도 나중에 교수가 된다면 왜 지금의 교수님들이 환자를 버리고 갈 수 없었는지 이해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은진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는 "사직한 제자(전공의)들도 모두 좋은 의사들이다. 그 힘든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택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필수의료 환경이 절망적인 것을 뻔히 알고 주 140시간씩 일하는 선배 의사들을 봐왔음에도, 스스로 그 길을 택한 의사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3년 12월 서울대병원에서 수행한 '필수의료 의사인력 지원을 위한 정책개발 연구' 결과도 언급했다. 당시 필수의료 전공의들에게 왜 해당 전공을 선택했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 이 일이 좋아서, 멋있어서,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은진 교수는 "환자 분들이 가장 힘드실 건 이해하지만, 전공의들도 환자를 생각하고 환자를 보고싶어 한다 "전공의들은 필수의료를 계속하고 싶기에 정부가 변화를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절망을 조금만 이해해주실 순 없겠느냐"고 호소했다.
이렇듯 환자 곁에 남은 교수들이 추켜올려지고 전공의들이 매도되는 상황이 "가장 마음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서는 "필수의료를 선택한 전공의들은 계속해서 의업을 이어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자꾸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하니 안 돌아가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돌아오게 해 끼워 맞춰봤자 조용한 사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은진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전부 갈아 넣어야 할 수 있는 필수의료를 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있어 의업을 큰 가치로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스스로 필수의료를 하겠다던 전공의들이 왜 떠나야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의가 마무리되고,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은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사직으로밖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기성 의사들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정리했다.
한편 하은진 교수는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전공의들에 대해 잘 써 달라.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주시라"고 거듭 부탁하기도 했다.